신 진

입이 궁금한 날에는

마을돌이 트럭 어물전 시간 맞추어

냉동 오징어나 전어 한 오천 원어치 산다

물에 풀어 얼음 씻어내고

칼질 듬성듬성 대장균, 비브리오균 죽인다

괜찮을까, 의심하는 이 있으면

소주하고 먹으면 탈 없다고 웃는다

탈이 나더라도 혼자 죽기야 하겠는가

촌놈 되자면 이 정도 목숨 걸 일 더러 있다

이 시에서 촌놈이란 그야말로 시골 사람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저 주어진 여건에 순응하며, 헛된 욕망에 사로잡히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살아가는 민초들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마을을 도는 어물 파는 트럭에서 냉동오징어나 전어를 조금 사서 맛나게 한 끼 때우면 그만이고, 무슨 대장균이나 비브리오균 같은 두려움에 젖어들 필요도 없이 소탈하게 소주 한 고뿌로 넘겨버리는 소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인생사를 시인은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