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유홍준 교수가 북한에 갔을 때라고 한다. 단군릉 앞에 선 그의 뒷모습이 TV 카메라에 비치자 강남구 학동 목욕탕 내 얼금뱅이 이발소 주인이 손님들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아 저거 내가 깎은 머리인데” 사람들이 일단 동작을 멈추고 서서 그의 벌린 입을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한다

그냥 지나쳐버리면 영원히 남겨지지 않을 삶 속의 사소한 일화를 제재로 쓴 재미난 시다. 분단체제 아래서 아무나 쉽게 단군릉이 있는 북한에 가지 못한다. 그런데 서울의 한 목욕탕 안 이발소의 얼금뱅이 이발사의 눈에 어느 날 자기에게 이발을 한 유홍준 교수가 단군릉 앞에 선 모습이 TV에 보인 것이다. 경이롭고 새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별로 대수롭지 않는 일이지만 시대 상황과 어울린 재미난 일화가 이렇듯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