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식<br /><br />국장석
▲ 홍성식 국장석

3.6, 22, 450, 500, 16만8천473, 670, 5만……. 이 수치는 어떤 물품과 관련된 것이다. 그게 뭘까?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두꺼운 코트를 껴입고도 동장군의 기세에 몸을 움츠리는 겨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 따스한 나눔과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계절이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상황 탓에 정을 나누려는 손길이 예전만 못하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이웃돕기 성금의 액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목표한 금액에 가까워질 때마다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 역시 전국 평균 46도에 못 미치는 40도라고 한다.

앞서 열거한 수치는 `연탄`과 관련한 것이다. 연탄은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의 겨울철 난방수단. 1장에 3.6kg, 22개의 구멍을 통해 450℃의 뜨거운 열을 뿜어내는 연탄. 전국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가구 수는 16만8천473가구, 포항에만도 670여 가구가 연탄을 지원받아야 추운 겨울을 따스한 방에서 지낼 수 있다. 이런 소외계층을 위해 포항연탄은행은 지난해 5만 장의 연탄을 지원했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형편이 어려운 계층을 파악해 연탄을 배달해주는 포항연탄은행은 2014년 10월 23일 설립됐다. 전국에서 31번째로 생겨난 지역 연탄은행이다. 연탄은 적지 않은 시인과 소설가들에 의해 문학작품 속에서 `따스한 나눔` 또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은유로 사용됐다.

포항연탄은행 대표 유호범 목사는 “한 사람이 100만원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100사람이 1만원의 정성을 보내주시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나눔과 기부문화의 저변확대와 이웃을 돌아보는 사랑의 확산을 염두에 둔 이야기일 것이다.

포항연탄은행에서 배달 봉사를 하는 이들은 연인원 1천여 명. 그중 가장 아름다운 광경은 얼굴에 까만 탄가루를 묻힌 채 웃으며 연탄을 나르는 고사리손의 유치원생들 모습이라고 한다. 나눠주는 사랑의 의미와 기쁨을 배우는 아이들. 그들에게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담은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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