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br /><br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1년 반 전인 작년 봄 필자는 이 지면에 `또 새로운 정당인가?`라는 칼럼을 쓴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이름하여 `새정치 민주연합`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했다.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2014년 3월 2일 신당 창당 형식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전격 선언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경제민주화와 민생 중심주의 노선 견지, 한반도 평화구축과 통일 지향 등에 합의하고 합당하여 또 하나의 정당을 탄생 시켰다.

그리고 불과 2년 더 지나지 않아 안철수 의원은 스스로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또하나의 새로운 정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 그동안 창당된 정당숫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불과 50여 년의 한국 정치사의 정당 수는 200년 역사의 미국보다 훨씬 많다.

매번 정치인들은 합당이나 분당, 창당을 할 때 절박한 이유를 들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이러한 행위는 개개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욕망의 산물일 뿐, 정당이름을 바꾸거나 창당하여 크게 정치가 나아진 경우를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개인적인 정치적 이익에 의해 정당이름을 바꾸거나 창당하는 별로 좋지 않은 전통보다는 정치인들이 사리사욕을 떠나 진정 국가를 위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새로운 창당이 꼭 필요한 건 아닐 것이다.

의회정치의 원조 영국은 거의 200년동안 보수당과 자유당, 노동당 등으로 발전해 보수당, 노동당의 양당체계가 자리잡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2개의 주요 정당인 민주당과 공화당은 역시 200년 가까이 미국 전통의 상징이다. 두 정당은 다양한 계층의 미국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한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기존의 정당들은 색깔을 가지고 충실하게 운영 된다. 비위가 틀린다고 뛰쳐나와 새 정당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고 그러한 새 정당을 국민들은 잘 인정 하지도 않는다. 우리 이웃인 일본도 여러 정당이 있지만 일본자유당과 민주당이 합해서 만든 자유민주당은 1955년 이후 보수정당으로 자리잡아 90년대 만들어진 민주당과 주요정당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제 정당 이름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정당이름을 다 써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해방이후 현대사에서 한국에서는 기억하기도 힘든 수십개의 새로운 정당이 창당됐다 사라졌는데 이제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기가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이름은 사용됐다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바꿔야 할 것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선진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정당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바뀌는 것이 너무도 많다.

새 정부가 탄생되면 단골 메뉴가 정부부처 이름 바꾸기이다. 수없이 새로운 명칭의 부처가 탄생하고 사라진다.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고 외국정부가 한국정부를 상대할 때 어떤 부처를 상대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부처이름이 하도 바뀌니까 이제 어떤 부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조차 국민들도 혼동될 때가 많으니 외국인들에게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200년 역사의 미국은 행정부처의 이름을 거의 바꾸지 않으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미국이 정부부처 이름을 안 바꾸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정당이건 정부 부처 이름이건 정치적인 계산에 의해 이리저리 이름을 바꾸고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정당이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성실하게 국민을 섬기고 법을 지키며 국가를 위하는 진정하고 올바른 자세이다. 이미지가 나빠진다고 이름을 바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여 반성하고, 그리고 새로 태어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당 이름이라는 명칭 보다는 정당조직문화와 운영방식을 개선하고 그 속에 있는 정치인들의 자세를 바꿔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틀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름을 바꾼다고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