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4·13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 시작일(15일)을 하루 앞두고도 선거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여론이 높다.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실상은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해 끝없는 기득권 정치의 탐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국회의 민낯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얼굴이나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정치인이나 정치신인들은 출발선에서부터 불공정한 상황을 맞게 된다. 반면에 현역의원들은 이미 얼굴이 잘 알려져 있고, 의정 활동을 구실로 사실상의 선거운동까지 별다른 제한없이 펼칠 수 있으니 `현역 프리미엄`의 단맛에 한껏 빠져있다.

특히 선거구획정 지연은 국민의 올바른 선거권을 방해하는 행위이자 출마 예정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공정한 기회를 아예 박탈하는 행위다. 선거구는 총선 6개월 전까지 선거구획정위가 획정안을 마련한 뒤 5개월 전(11월13일)까지 국회가 통과시키도록 현행 공직선거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 무시하고 ` 여야간 의견대립`을 이유로 선거구 획정 시한을 넘길 태세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선거구별 인구편차 축소방침이 기존의 3대 1 이내에서 2대 1 이내로 바뀐 만큼 이번에는 지역구 분구·합구 등 조정 폭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 처음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선거구가 획정되지않아)도대체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러운 심경을 털어놓고 있다. 더구나 연말이 지나면 현행 선거구는 아예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 사상 처음으로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구가 사라지는 일이 생길 판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기존 선거구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의 손발은 완전히 묶이게 된다. 현역 의원들에게 가뜩이나 유리한 현역 `프리미엄`이 프리미엄을 넘어 `횡포`수준으로 작용할 판이다.

선거구 협상 결과에 따라 여야의 예상 의석 수가 왔다갔다하는 손익계산은 피할 수 없다.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자당 소속 이병석 정개특위위원장이 내놓은 중재안(정당득표율의 50%에 해당하는 의석을 보장)을 받아들인다면 19대 총선 기준으로 5석을 손해 본다고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과 자당이 2석씩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칼을 빼들었다.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선거구획정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이제 선거구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