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br /><br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지난 주말 영덕군 인근 바닷가를 방문한 김에 약간 시간이 남아 한 시간 정도 바다낚시를 할 기회가 있었다. 준비하고 간 게 아니므로 낚싯대 하나 빌려서 운동화 신은채로 바윗돌 위를 조심스럽게 건너뛰어 파도가 이는 최전방으로 나아갔고 친구가 주어온 고동을 깨어 낚시 줄을 던져보니 의외로 고기들이 잘 잡혔다.

대개가 길이 10㎝ 정도의 놀래기였고 조그만 복어도 한 마리 올라왔다. 나중에 20㎝ 넘어 보이는 고래치를 한 마리 낚아 올리니 같이 간 친구가 대단하다고 추켜 세운다.

이 친구는 이 바닷가에서 자라고 직장도 인근이라서 바다에 대해서 잘 알았고, 항상 차에 낚싯대를 두어개 준비해 다니고 있었다. 이 친구도 그 사이에 우럭 몇 마리를 낚아 올렸고, 내가 잡은 것 까지 가져가 회를 쳐 내었다. 방금 낚은 활어 회에, 그곳 해녀의 집에서 차려온 대게, 해삼, 멍게, 고동 등으로 좀 늦은 점심을 화려하게 끝낼 수 있었다.

이곳은 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삼사해상공원 인근 바닷가인데 해안도로가 잘 나있고 가다가다 몇 개씩 어부들의 집이 보인다. 이곳에도 오래전 이곳으로 물질 왔다가 정착한 제주도 해녀들이 있다. 대부분 70세가 넘은 고령이다.

도로 안쪽으로는 해송 우거진 낮은 구릉이 계속되고 인도는 잘 포장되어 있는데 이곳은 영덕군의 `블루로드 a, b, c, d`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d부분 14㎞ 중 북단이다. 바다는 아름답고 의외로 물고기가 잘 잡힌다. 조개며 고동들도 많다.

이곳 동해안은 경관좋고 청정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서남해안 어디를 가도 이 같은 청정지역을 찾기 힘들다. 중국에 오래 거주했던 한 친구도 `이 같은 청정해안은 중국에도 없다`고 했다.

포항 인근에는 영일만 방파제 등 하루에도 수천명씩 낚시꾼들이 몰리는 명성을 지닌 장소들이 많다. 하지만 때로는 영덕 쪽으로 올라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포항 인근이 시설 좋고 접근 쉬운 장점이 있다면 이 영덕해변은 한적하지만 청정함이 잘 보전되어 있다.

영덕은 인구가 4만명도 되지 않는 인구밀도가 지극히 낮은 시골지역이다. 군 면적의 절반은 해안지역이며, 안쪽으로 절반은 산촌지역인 것이 이채롭기도 하다. 따라서 영덕대게 등 해산물과 송이버섯 등 산촌농산물이 함께 유명한 것도 이채롭다. 이 지역이 우리나라의 에너지벨트의 일부이고 앞으로 발전소들이 들어선다고 하지만 아무쪼록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이루어져 산업발전과 아울러 생태계가 잘 보존된 지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개천에서 그물이나 어항을 이용해 붕어와 피라미를 잡기도 했었고 중고교 시절에는 멀리 저수지까지 가서 제법 큰 붕어를 낚아보기도 했었다. 미국 유학시절 한동안은 옥수수 산지인 아이오아에서 보냈는데 그곳에서는 호수나 폭포 있는 개울에서 한자가 넘는 잉어나 메기를 수 십마리씩 잡기도 했다.

그후 이사 간 로스앤젤레스는 태평양 연안의 대도시인데, 대규모 항구가 있고 저명한 해수욕장과 마리나시설이 있다.

이제 필자는 포항에 사는데, 남쪽으로는 경주이고 북쪽으로는 영덕이다. 동쪽으로 몇 시간 배를 타면 울릉도이다. 우리는 이 지자체들을 다른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미국으로 치면 `로스앤젤레스카운티`정도의 크지 않은 지역에 모여 있다. 같은 지역에 첨단산업, 고대문화유적,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져있다. 공항도 있고, 항만도 있고, 교육여건도 우수하다.

요즈음 광역권 단위가 아닌 도시권 단위의 개발이며 행정구역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장단점들이 있겠지만 80만~100만명 정도의 도시권 단위가 어쩌면 내부 도시간의 알력이나 경쟁 없이 효율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적 지자체 단위일지도 모르겠다. 내부 도시들이 무리 없이 네트워크 될 수 있는 물리적·경제적·문화적 거리를 지니고 있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