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열국제라이온스협회 356-E지구(경북) 부총재
얼마 전 포항시민, 특히 식당 등 자영업자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근무제도 변경에 대한 포스코 직원들의 투표가 있었다. 투표결과는 예상외였다. 포항시민들과 포스코 경영진은 4조3교대를 낙관했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포스코 현장 근로자들은 신4조2교대(기존 4조2교대)를 택했다.

포스코 임원들은 사전 여론조사는 물론 근로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의견(결정)이 4조3교대 였기에 무난하게 그렇게 될 걸로 믿었다. 하지만 70.85%의 근로자들이 신4조2교대를 원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포항시민들은 물론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포스코 임원들은 충격적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포스코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또 포항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오랫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갖춘 포스코가 경영적 판단보다는 왜 투표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도록 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노경협의회 의견을 존중했다고 항변할 지 모르겠지만 드러난 것만으로는 사전분석 결여라 할 수 있다. 포스코는 분명 창업자인 고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과 포스코 전체 직원들의 희생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알다시피 지금은 그 말을 입에 올릴 수조차 없다. 포스코 맨들과 포스코를 사랑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지금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진정한 노사 및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 절실하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여러번 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노사가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왔다. 경영진이나 직원들이나 모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 힘은 포항지역사회로 바로 전이돼 포항이 활기찬 도시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포스코의 노사문화가 삐걱거리는 모습이 목도됐고, 지금은 걱정의 단계에까지 온 느낌이다. 이번 근무시간 변경 투표에서 사전 분석과 결과가 정반대로 나온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여기에는 회사의 안이한 대책도 분명 한 몫 했다. 종전처럼 회사가 하니 직원들은 따라오라는 식의 노무관리는 이제 먼나라 얘기다. 진솔하게 협의하고 미래를 얘기했어야 했다.

더 나간 김에 경영진이 `여러분들은 열심히 일했다. 다만 경영 판단 미숙으로 회사가 오늘과 같은 어려움에 놓인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라면서 지금 회사가 위기이니 가장 생산적이고 효율성 있는 근무시스템을 설명하고 이번 만큼은 한 번 믿고 가자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 전 포항시민들은 포스코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정화력발전설비 교체 추진 관련 규제 완화 범시민 서명운동에 당초 목표 10만명보다 훨씬 많은 32만명 서명으로 보답했다. 역대 없는 포항시민들의 전폭적 지지다.

포스코 없는 포항은 상상할 수가 없다. 포스코가 위기면 분명 포항도 위기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또한 중론이다. 임원들이 안락한 승용차 뒷자리는 잠시 멀리하고 출·퇴근길 버스에 동참하고 직원식당에서 같이 어울려 식사하고 때에 따라 퇴근길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진정 직원들이 무얼 바라고 있는 가에 대해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포스코의 젊은 직원들도 선배들이 조업 이래 위기 때 마다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극복을 하였던 것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선배들은 태풍이 와서 형산강 다리가 끊어져 출근길이 막혀도 사선을 넘어 회사를 지켜내지 않았던가. 적잖은 시민들이 이번 교대근무제 선택 과정을 보면서 포스코 노사 모두에게 주인의식 결여라는 수식어를 서슴지 않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포스코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고 있다. 청정화력발전설비 서명에 시민 30여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