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경찬<br /><br />경북도의정회 감사
▲ 손경찬 경북도의정회 감사

공인(公人)의 바른 자세와 행동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위가 낮은 공직자에 비해 지방자치단체장 같은 위치에 있는 선출직 공직자면 더욱 그렇다. 지난 16일, 희한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구미시로부터 `대구시·경북도 상생발전 특강 및 토론회`행사가 시청에서 있다기에 대구시의정회 40여명과 필자가 속한 경상북도의정회 회원 40여명이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구미로 갔다. 행사가 그날 오후에 있는지라 우리 일행들은 오전 10시쯤 구미에 도착해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시찰하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오후 2시에 개최되는 구미시 행사에 참석하는 일정을 잡았다.

차가 삼성전자 공장 앞마당에 도착하자 의정회 의원들이 한 사람씩 내리는데 속도가 느렸다. 필자가 내리면서 보니 남유진 구미시장이 나와서 우리 일행을 영접하며 악수를 하기에 시간이 걸렸다. 우린 기분 좋게 인사하고 삼성공장을 둘러보았다. 과거에 비해 삼성 구미공장의 일거리가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삼성전자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크게는 경북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구나 생각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일정을 마친 일행들은 오후 행사를 위해 구미시청으로 갔다. 이번에도 남 시장은 차 앞에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맞았다. 몇 시간 전에 삼성전자에서도 악수를 했고 또 하게 되니 필자는 속으로 “정말 부지런한 양반”이라고까지 생각했다. 누군가가 남 시장과 시청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자고 제안하며 기왕이면 `파이팅` 하는 모습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러자 한 쪽에서 이런 자리에서 파이팅이 뭐냐며 옥신각신하는 해프닝마저 일어났지만 제안대로 촬영은 했다.

회의장에 입장하니 `대구·경북도 의정회 상생발전 특강 및 토론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경북도의정회 사무처장이 “오늘 특강강사 소개는 도의정회 회장이 직접 소개한다”고 하자 회장이 나와서 남유진 구미시장 약력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남 시장은 1시간 내내 구미시를 발전시킨 개인 이야기를 했고, 구미가 경북 중심도시로서 도내 각지에 흩어져 사는 연고까지 합치면 100만명 가까이 된다는 말까지 했지만 정작 대구·경북의 상생발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시장 특강이 끝나자 대구시의정회 전 회장이 사회를 이어받아 상생발전에 대한 토론은 그냥 질문 있으면 질의하라고 했다.

필자는 양 시도간 상생발전을 위한 특강과 토론회인데, 토론회 하나 없이 시장의 일방적인 치적이나 듣고 행사를 마친다면 의정회 회원들이 바쁜 시간을 내어 구미까지 와서 남 시장과 사진 한 판 찍고, 개인 업적 자랑에 들러리 서는 꼴 밖에 되지 않아 모양새가 영 언짢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발언권을 얻어 “명색이 토론회 행사이면 그에 맞게 해야지 않느냐”면서 차라리 이날 행사를 `구미시장 초청`이라 했으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후 약간의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고, 곧 의정회와 시장은 준비한 선물을 행사장에서 주고받았다. 대구시의정회에서는 약령시장에서 구한 한약재를, 경북도의정회에서는 인삼을 남 시장에게 선물했고, 남 시장도 의정회 회원들에게 구미산 쌀 10kg 한 포대와 고구마 한 상자씩을 전달했다.

행사가 어쭙잖게 끝나 회의실을 나서는데, 시장이 회원들에게 선물한 쌀과 고구마를 전량 회수했다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회원이 필자가 시장에게 `토론회 없는 행사`라고 한 마디 했다고 해서 “시장이 선물을 도로 가져갔다”며 필자를 원망했다. 참으로 기가 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차기 도지사선거 출마설이 나도는 남 시장이 선거법에 위반될까봐 준 선물까지 회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공식 자리에서 주고받은 선물까지 되물리는 행동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