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재<br /><br />새누리당 부대변인
▲ 김정재 새누리당 부대변인

칼 마르크스는 소외를 이렇게 얘기했다.`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의 힘이 발휘된 생산력을 이용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지배를 받게 되는 소외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적고 있다.

사회심리학의 개척자 에리히 프롬의 눈에 비친 소외도 마찬가지다. 체제는 인간이 만드는데, 결국 인간은 그 체제로부터 소외된다고 규정한다. 자본주의의 종속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놀랍게도 정치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현실정치에서 정치신인은 철저히 소외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신인을 두고 흔히들 정치적 약자라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똑같은 말을 두고 정치인들마다 해석은 다르다. 꽉 막힌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미숙해 탐탁지 않은 존재로 깎아내리고 동정적인 정치인은 자력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치부한다. 표현만 다를 뿐, 둘 다 왜곡된 인식을 가진다는 점에서 도긴개긴이다.

약자는 결코 약한 사람이란 뜻이 아니다.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데도 경계 밖으로 소외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것도 권력독점의 장벽 뒤에 숨은 못된 정치인들의 꼼수와 입맛에 따라…. 아무리 정치가 아(我)와 피아(彼我)의 구별이라지만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신인의 자신감을 허탈감으로 둔갑시키는 그들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니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또 성화다. 누구를 위해 뭘 개혁하겠다는 건지 알 길은 없다. 국민은 이제껏 개혁을 외치고도 또 개혁이냐고 되묻는다. 잘못은 반드시 고쳐야 하지만 그 전에 정치개혁을 개혁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한번쯤은 신인의 입장에서 정치개혁을 해줬으면 한다. 신인들이 바라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란 인류 보편의 가치와 함께, 정당한 권리의 보장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어떤 기준을 세우든, 필요하다면 해야 하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야겠다. 지금 정치개혁 대상 1순위가 된 것이 공천제도다. 공천제도는 모든 폐악의 근원으로 내몰려 수술대 위에 놓여 있다. 논란이 한창인 오픈프라이머리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니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전에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는 환경조성이 급선무다. 누구나 공정하고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지역정치권은 어떤가. 폐악보다도 더한 월권이 자유롭게 행해지는 현장에선 숨이 막힌다. 회유와 협박, 허위사실과 음해, 차단과 정지작업까지…. 그 행태를 일일이 나열하기도 싫다. 볼성 사납다 못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훌륭한 신인이 있더라도 현역의 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 현역 프리미엄 앞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지만 손발은 묶여 있는게 현실이다. 국민에게 자신을 충분히 알릴 기회조차도 보장받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생색내기용 배려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인 동등한 기회를 달라는 거다. 차마 하기는 싫지만 공천 얘기를 다시 해 보자. 제도를 고치겠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것이 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운영상의 문제인지가 궁금하다. 적어도 공천은 제도보다는 이를 오용한 권력이 문제다. 그 덕에 금배지를 단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쁜 정치권력이 민의를 무시한 채 자기들 마음대로 공천권을 휘둘렀다. 공천자의 자질과 역량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음을 우린 많이 목격해 왔다. 작금 정치가 산으로 간 배경 중 하나다. 더욱이 희한하게도 잘못은 있는데 그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없고, 늘 당론이니 무조건 강행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거대담론의 당론이 허구인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누리당 당헌 제6조 ⑥항에는 선거 전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조항이 있다. 허나 당론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서는 좀체 입을 열지 않는다. 희한한 일이다. 이미 오픈프라이머리를 `할지 말지`가 정치개혁의 본질이 돼버렸다. 정치는 정직해야 하고, 개혁은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뭘 하든 관계없다. 공천개혁의 완성은 소외로부터의 해방이어야 한다. 경쟁무대에서 권력의 경계에 갇힌 어느 정치신인의 얘기가 떠오른다. 부디 정치개혁이 옳은 길로 가기를 바랄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