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삼 영

감자꽃이 피었다

어머니는 보랏빛

나는 우울빛

평생 찬송가라곤 불러본 적 없는 어

머니

(여러 번 안수기도는 받으셨지)

하늘나라로 소풍 떠나기 전

초등 일 학년 국어책 읽듯

떠듬떠듬 따라 부르던 그 이름 예 수

그렁그렁 숨 가쁜 생의 길모퉁이 어

디쯤에서

한두 번 마주쳤을 법도 한

잎잎이 멍든 사랑의 빛깔 묘하게 닮은

보라! 보라!

감자꽃 피었다

예가 천국인줄만 알아 발 뻗고 누우

실까

염려의 먹장구름 짙은 오후

마른 헝겊 같은 마음 위로

후드득 소나기 지나간다

곱게 피어난 감자꽃을 바라보는 모녀의 따스한 눈빛이 정겹다.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 그 길모퉁이에도 고운 보랏빛 감자꽃은 피었으리라. 잎잎이 멍든 사랑의 빛깔이 물들었던 지난 세월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편안히 생을 마감해 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아쉽고 그리움에 젖은 시인의 따순 눈 속으로 올해도 다부록이 피어난 감자꽃 보라 보랏빛이 스며들고 있음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