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 원

뭔가를 깨문다는 것은

잠든 꽃봉오리를 순식간에 개화시키는 일

저 장미 한 송이가

며칠째 볼이 미어지게 물고 있던

첩첩 붉은 울음 낭자하게 터트리는 까닭은

어쩌다 잇몸이 근질근질해진 시간의 어금니에

달착지근한 낮잠을 덥석 깨물린 탓이다

그러니까 눈 질끈 감고

뭔가를 저질러 버린 순간을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한 송이 꽃이 꽃술까지 활짝 벙그러지고 있었을

바로 그런 때였을 것이다

장미 개화를 위한 마지막 절정의 시간에 시인의 눈과 마음은 뜨겁게 가 닿아 있다. 무난하게, 세월 가는대로 대충대충 세상살이에 임하지 않겠다는 강단진 마음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생의 열정이 뜨겁게 느껴지는 젊음의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