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한

이제 우리는 노쇠한 시골 역사를 한 채

지나쳐 온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그 역사보다 더 늙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한줄기의

햇빛이 그리워 창 밖을 본다

나를 보아달라고 손짓하는

가로수 어린 손아귀들을

귀찮아 바라본다

저 어때요 한껏 뽐내는 꽃들을 보기에도

우린 이제 민망하다

그땐 참 좋았지 어느덧 우리에겐

흘러간 추억이 아름답다

우리가 어느새 추억이 된 것이다

쏜살 같이 세월은 지나가버린다. 그렇게 시대는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가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청춘의 시간들 속에서 바라보던 햇빛과 가로수 어린 손아귀, 한껏 자신을 뽐내는 꽃들도 이제 나이들어서 다시 바라보지만 이미 그것은 흘러간 추억 속의 것들이 되어 귀찮게 바라보거나 민망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들 자신이 아마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게 인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