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갈비 할머니` 서원림 씨가 전하는 소갈비 이야기
30대부터 `구서울갈비` 운영
안동 `한우갈비촌` 형성 원조
마늘 가미한 갈빗살 감칠 맛
유명 가수·탤런트도 찾는 곳

▲ 서원림 할머니가 첫 손님에게 직접 무친 소갈비를 구워주고 있다. 올해로 52년째 이곳을 지킨 서 할머니는 `안동갈비 할머니`로 통한다.

【안동】 오래 전부터 안동역 맞은편에는 한우갈비 골목이 형성돼 있었다. 이집, 저집 골목 안을 돌다보면 여러 갈빗집 가운데 `구서울갈비` 라는 곳이 있다. 곁 보기에는 허름한 것 같아도 일단 들어가 보면 뭔가 범상치 않은 곳이다.

우선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운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주현미, 문희옥, 태진아, 김수희, 박상규, 김혜선, 한혜진….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나 탤런트 등 연예인들과 이 집 주인이 포즈를 취한 사진이 즐비하다. 맛있다는 내용에다 사인도 함께.

“어서 오시소. 먼저 생갈비 적당히 드신 후에 양념갈비를 뜯으면 소갈비 잘 드셨다고 할 수 있지요”

손님을 맞이한 서원림(88) 할머니의 인상이 어디서 뵌 듯 푸근하다. 첫 손님만큼은 손수 챙겨 주신단다. 올해로 52년째 이곳을 지킨 서 할머니의 소갈비 역사는 1950년대 초 서울에서 남편을 여의고 자녀 4명을 거느린 채 안동에 정착하면서 비롯됐다. 그때 나이 30대 중반이었지만 억척같이 일했다. 종업원들 가운데 일부는 맛 기술을 전수받아 유사한 점포를 차렸어도 손님은 끊이질 않을 정도로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그렇게 하나, 둘 생긴 소갈비 전문점은 이젠 15곳이나 됐다. 안동시가 임의로 만든 갈비촌이 아니라 서 할머니 점포를 중심으로 안동스타일의 `소갈비 타운`이 저절로 생긴 것이다.

이 집의 메뉴는 마늘을 살짝 가미한 생갈비와 양념갈비 두 종류뿐이다. 200g에 2만2천원으로 대도시에 비하면 가격도 싸다.

생갈비에 들어가는 소스는 간장, 마늘, 설탕을 넣고 센 불에 2시간 정도 달여 미리 만들어둔다. 손님의 주문이 들어오면 뼈를 발라 이 소스와 다진 마늘에 참기름을 뿌려 손으로 무쳐 바로 내간다. 발라낸 뼈와 뼈에 붙은 일부 살은 손님이 갈비를 구워먹는 동안 갈비찜으로 탄생된다.

양념갈비는 미리 만들어 둔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손수 무쳐낸다. 이 갈비를 숯불화로에 석쇠를 얹어 노릇노릇 구우면 인공적인 단맛이 적고 육질이 부드럽다. 마늘이 들어간 것이 이곳 양념갈비의 특징. 씹을 때마다 양념 맛이 갈빗살 고유의 풍미 맛과 조화를 이룬다.

향토색 짙은 찬류도 눈길을 끈다. 신선한 배추속, 미나리, 미역냉국, 부추생절이, 단호박 등이다. 된장찌개도 일품이다. 소갈비뼈에다 갈빗살에서 발라낸 일부 고기, 우거지 등을 넣은 된장찌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드럽게 혀에 감기는 우거지와 구수한 된장이 조화롭기 그지없는 맛이다.

갈비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나면 갈비찜도 완성된다. 갈비찜은 감자, 양념소스, 고춧가루를 넣고 찐 후 각종 채소와 마늘을 넣고 한 번 더 쪄낸다. 뼈에 붙은 살과 감자에 밴 양념 맛이 좋아 마무리 식사용 밥반찬으로 먹기에 그만이다.

“저희 집은 오히려 외지 손님이 더 많이 찾아요. 손님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당일 오후부터 서원림 할머니가 손수 만든 갈비 맛을 볼 수 있다. 안동시 운흥동 음식의길 14. (054)857-5981.

/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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