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대<br /><br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회장
▲ 박승대 포항지역발전협의회 회장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국제 경제가 심상찮다. 한국이 가장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 증시 버블이 걷히면서 30% 폭락하는 민낯을 나타내고, 공짜 복지를 좋아하며 국가보다 개인이 우선이라는 그리스는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위험스런 곡예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와 가장 가까우면서도 늘 애증이 교차되고 있는 일본을 다시 생각해본다.

최근 일본경제는 잃어버린 20년의 긴 터널을 지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다. 개인 소비와 임금이 증가하고 기업생산지수는 증가 추세며, 엔저로 인하여 상장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맥 빠진 한국경제와는 좋은 대조다.

생산성이 못 따라가는 임금상승으로 탄력을 잃은 한국산업체. 특히, 한국의 자동차 회사와 스스로 임금 인상을 자제하며 생산성 향상에 힘쓴 일본 산업체. 특별히 도요타 자동차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다녀온 일본 출장에서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몇 가지 뼈아픈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첫째, 한국에서 날로 증가하는 수입차, 그 중에서도 수입된 일본 자동차는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한국의 현대차는 1년에 76대를 일본에 팔았단다. 얼마 전, SNS에 竹島(다케시마)라는 일본 이름의 우리 땅 독도를 일본이 지키기 위해 협찬하는 일본 기업체명이 나돌았지만, 별 지장없이 그들은 영업을 잘하고 있다. 어떤 맥주는 광고 효과인지 더 잘 팔리는 것 같다.

둘째,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 전력수급에 대응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일본 전국에 산재한 원전이 54기인데, 2013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 모두 가동 중지 상태로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니. 이 또한 놀랄 일이 아닌가? 현재 19기가 재가동을 신청하여 이중 5기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원전 1~2기가 고장 나면 전 국민에게 절전을 요구하며 매일 전력 수급 상황을 비상사태로 운영하는 우리나라와는 분명 차원이 다른 운영체계인 것 같다.

셋째는 동경 시내 대규모 도시 개발 계획의 시행이다. 동경 시내 중심부에 64년 동경올림픽을 전후해 건설된, 노후 건축물 재개발이 올림픽 유치와 맞물려 2020년까지 오피스-상업시설, 주택, 올림픽 시설, 교통 인프라 등 4개 유형으로 진행되는데 면적 1만m²이상의 프로젝트만 350개가 진행 중이라니 동경은 온 도시가 공사판인 셈이다. 철저한 사전준비로 이뤄지면서 건물 지하로 다니는 지하철과의 완벽한 조화와 도로 위에 건물을 짓는 방법 등은 분명 현재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넷째는 일본 대지진 및 화산 대폭발의 징후, 특히 후지산 폭발설 속에서도 너무나 태연히 살아가는 일본인의 모습이다. 올해에만 진도 4이상의 지진이 일본 전역에서 13회 이상 발생하고, 최근 2~3년 동안 일본 인근 해역에서 대지진 징후로 의심되는 심해어 출몰이 빈번해지고 있고, 수도권(동경 인근)에서 M7 이상의 지진이 4년 이내 발생한 확률이 70%로(동경대 연구소) 보고되었으며,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나가노 온타케산, 하코네 등이 화산 폭발 징후가 있으며, 특히, 하코네는 화산 분화 경계 레벨 2단계로 진입 통제중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미련할 만큼 태연히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며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세월호 여파에서 겨우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시작될 무렵, 찾아온 메르스 파동으로 온 국민이 불안하지만, 의연한 저들의 모습에서 정말 배울 점은 무엇인가? IS대원에게 자식을 잃은 부모가 전 국민을 상대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나라와, 모든 것은 남의 탓이요, 툭하면 대통령의 탓이라고까지 몰아붙이는 우리의 모습을 저들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일 수교 50년을 보내면서 정말 얄밉기까지 한 일본에게서도 분명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으로 복잡한 상념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