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진 포항시 축제위원

“큰 물고기와 용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영일만 바다 위로 솟구치면서 입에서는 시뻘건 불을 내뿜고 부라린 눈에서는 섬광이 뻗어나온다.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을 일으키며 하늘엔 온갖 빛들이 형형색색 교차하고, 바다는 검붉은 피로 물든다” 어룡상투(魚龍相鬪). 영일만 어룡사에 얽힌 전설을 상상해 보았다. 포항 내륙에 둘러싸인 영일만은 우리의 귀한 보석과도 같은 바다이다.

영일만에서 펼쳐지는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올해로 12회를 맞는다. 오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4일간 영일대 해수욕장과 형산강 체육공원에서 열릴 이번 축제는`불의 노래, 빛의 바다`라는 슬로건으로 `미래를 비추는 창조의 불빛`(주제)을 구현해 내려고 한다. 전국적으로 보면 부산 광안리 불꽃축제, 서울 여의도 불꽃축제 등 수많은 불꽃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재작년 불꽃축제 중에서 유일하게 전국 우수축제로 선정되었다가 작년에 아쉽게도 유망축제로 강등된 포항국제불빛축제.

다른 지역 축제가 `불꽃`축제인데 비해 포항의 축제명(名)이 `불빛`축제인 것은 포항 정체성의 표현이다.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서 비롯된 일월의 빛(역사)과 한반도의 아침을 맞는 호미곶 일출의 빛(자연), 세계적인 철강기업 포스코 용광로의 불(산업), 꿈의 빛 광자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빛(첨단)과 환동해 물류거점을 지향하는 영일만항의 꿈(미래)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빛의 해`이다. 종전보다 빛의 요소를 한층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중심 축으로 축제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려 한다.

먼저 포항만의 불꽃테마를 강화하여 타 불꽃축제와 차별화하고(데일리 뮤직불꽃쇼 등), 다양한 빛 콘텐츠를 발굴, 강화하여 `불`과 `빛`의 조화를 꾀하며(라이트 터널 등), 더하여 지역에 고유한 전통문화를 축제 콘텐츠화 해 대규모 참여 프로그램으로 승화시키는(앉은 줄다리기 등) 한편, 특색있는 거리공연 퍼포먼스의 정착화(불꽃 버스킹)를 이룩하고자 한다. 또한 예년 축제에 비해 특색있는 킬러콘텐츠로 조명과 레이저를 이용한 불빛쇼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0여년 진행되어온 불빛축제에 대한 포항시민들의 피로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100만명이 넘는 관중이 참여하는 포항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만큼 불빛축제는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우선 축제에 대한 일반의 시각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축제는 그냥 먹고 즐기는 유희나 놀이가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축제를 발굴하고 전력을 다해 투자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관광산업이기 때문이다.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도시의 매력과 관광상품을 팔고 결과로서 이익을 창출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는 산업을 단순한 놀이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과감한 예산투입과 대표 축제로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포항국제불빛축제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음에는 축제 중 주(主)행사인 불꽃경연대회 연화(煙花) 연출만을 별도로 포스코에서 전담하는 행사 방식도 문제이다. 전체 축제와 일관성을 갖도록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축제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법인화 추진이 필요하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주요 축제는 민간 축제위원회를 구성하여 축제 운영 전반을 일괄 위탁하고 있으며, 문광부에서도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를 위해 법인화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 참여이다. 축제 참가자들이 다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함께 이루어 낸다는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항시정 구호와 같이 `다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통해 시민이 모두 화합하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해 나간다면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우리 다함께 축제의 노래를 부르자! `불의 노래, 빛의 바다`를 통해 `상상의 하늘`로 날아 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