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란 속담이 있다. 하루 차이거나 6년에 한번씩 겹치니, 별 차이 없다는 뜻이다. 코미디프로 `도진 개진`도 같은 의미다. 윷놀이에서 가장 잘 나오는 것이 `도 아니면 개`여서 “그게 그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한식(寒食)은 조선시대 설·추석·단오와 함께 4대명절에 속할만큼 중요한 날이었다.

청명(淸明)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구름을 다 날려 보내므로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란 뜻이고, 그 날 모든 백성들은`묵은 불씨`를 끄고 `새 불씨`를 기다린다. 청명날 나라에서는 `버드나무 판자에 느릅나무 막대기를 비벼` 새 불씨를 얻는다. 재질이 무른 버드나무는 여성을 상징하고, 강한 성질의 느릅나무는 남성을 상징하는데, 음양의 교합을 통해 불씨를 얻으면 `성스러운 불`이 되고, 이 불씨를 온 백성이 함께 나눠가져서 `국민통합·국태민안·태평성대`를 이루자 함이다.

임금은 새 불씨를 대신들에게 나누고, 대신들은 고을 수령들에게 전하고, 수령들은 파발마를 총동원해 전국 방방곡곡 집집 마다 전달한다. 그것은 현대의 성화봉송보다 더 성대한 `새불씨 봉송`이다. 스포츠행사는 화합과 통합이 그 목적이듯이 `불씨전달`도 의미가 같다. 백성들은 묵은 불을 끄고 찬음식을 먹으며 `나랏님이 내린 새 불씨`를 기다렸다가 예를 표하고 화로의 잿불로 소중히 보관한다. 이 불씨는 연중 내내 끄트리지 말아야 하는데, 이사 갈 때도 불씨를 화로의 재속에 담아 갈 정도였다.

한식날은 조상 묘소를 성묘하는 날이다. 관리들도 이 날은 `성묘휴가`를 얻는다. 겨우내 묘소가 얼어 허물어진 곳은 없는지, 산짐승이 헤치지는 않았는지, 잔디가 얼어죽지는 않았는지, 두루 살펴서 보수하고 잔디를 새로 심는 `개사초`를 한다. “정성이 있으면 한식날에 세배 간다”는 속담도 있지만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에 세배라니 말이 안 되지만 `한식날은 조상을 생각하는 날`이란 뜻이다. 청명·한식의 의미를 오늘날에 되새겨 분열과 대립을 화합과 단결로 승화시켰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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