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수 포항대 교수·관광호텔항공과

`스틸 아트(Steel Art)`는 포항의 자연-사회-인간-문화가 어우러진 자리에서 산출된`포항의 정체성`이자 하나의 `뜨거운 상징`이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산업도시에서 문화관광형 창조도시로 거듭나고자 하는 포항의 문화정책에 부응한다. 철과 문화를 융합하는 발상은 창조도시의 가치를 발굴하려는 목적에도 조응한다. 11월 중순에 해도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14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2015년에는 이 행사가 포항의 새로운 관문-신포항역 일원이나 문화관광과 연계되는 장소에서 개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민이 감동하는 작지만 차별화된 세계적인 미술관`을 지향하는 포항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인물조각가 우웨이산 특별전을 마련했다. `스틸 아트 미술관-포항시립미술관`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준 이번 전시는 내년 1월4일까지 계속된다. 우웨이산의 인물조각상에는 한 인간의 내면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예를 들면 인물조각상-공자에는 인과 예를 숭상하는 그의 내면세계가 반듯하게 표현돼 있고, 인물조각상-노자에는 상선약수(최상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가 자연스럽게 나타나 있다. 노자의 가슴에서부터 낮은 데로 흐르는 물을 보며 그의`물의 철학`을 떠올리기도 했다. 우웨이산의 저서 `조각가의 혼`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들의 작업은 바로 영혼의 소재를 찾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은 단순하게 하나의 예술조형을 과학기술 발명에 끼워 맞춘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Built in Steel 특별전`과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람이나 관람하는 사람 모두가 한 번쯤 새겨봄직한 말이 아닐까?

우웨이산은 로댕과 부르델, 헨리 무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우웨이산의 예술세계에 그들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천착하다보면, “조각가는 유형의 물질로 무형의 기(氣)를 표현하여 최고의 도(道)에 이르게 해야 한다”는 그의 예술세계의 본질에 성큼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포항시립미술관 2층에 전시된 변종곤의 작품들에 필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러시아 형식주의의 핵심개념-낯설게 하기`로 그의 예술세계가 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습관적 문맥에서 뜯어내 자동화된 의식에 치명적 일격을 가하는 게 `낯설게 하기`다. 그의 예술세계에서는 이 `낯설게 하기`로 인해 일상의 물건들(바이올린, 인형, 책, 시계)이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톨스토이의 중편 `홀스토메르`의 `낯설게 하기`를 떠올리게 하고, 때로는 에이젠슈테인 영화의 `충돌의 몽타주`를 떠올리게도 한다.

한편 `서로 다른 문화들의 조우`로 새로운 의미와 소통을 만들어내는 `외국인 한마당 페스티벌`이 지난 25일 영일대 해수욕장 글로벌 존에서 개최됐다. 포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7천564명인데, 이들이 세계문화공연과 세계음식축제를 열었다. `글로벌 문화축제-외국인 한마당 페스티벌`은 포항시민들과 포항거주외국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오는 11월8일에는 `포항거주외국인 포항체험의 날` 행사도 개최된다. 포항거주외국인들에게 포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문화융성-포항`은 `문화의 용광로`에서 `문화의 쇳물`을 형형색색으로 뽑아내 그것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날 앞당겨진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가 대화적 관계로 만나는 장이 돼야 하고, 과학과 예술이 조우하는 장이 돼야 한다. 포항시 국제협력부서는 포항거주 외국인 자녀들도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문화축제도 기획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외국인 한마당 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자주 열어 포항시민들과 포항거주외국인들이 서로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지도록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