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이 부른들 이 집에서 나갈까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화가인 친구에게

그림 한 점을 부탁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르며 사방에는 온갖 꽃과 대나무가 가득한 집을 그려달라고 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중 한 명이었던 허균은 책을 그려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안방은 동쪽에 그리는데 가리개를 살짝 걷어 쭈욱 꽂힌 천 권의 책이 보이도록 해주게.”

조선 후기 문인 장혼은 인왕산 옥류동 골짜기에 마음에 드는 낡은 집을 발견했다. 그 집을 살 만한 돈이 없었던 그는 그 집을 꾸미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꿈의 집에 대한 글을 남겼다. 그가 꿈꾼 집은 기와도 얹지 않고 기둥도 꾸미지 않은 소박한 집이었다.

“추우면 옷을 입고, 더우면 옷을 벗으며, 날이 저물면 내 집에서 누워 코를 드르렁 골며 잠들면 된다. 진정 그뿐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