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택

무시하고 바삐 걸어가는 행인들처럼

무심한 표정으로 가볍게 튕겨냈어야 할 그 말을

나는 그만 듣고야 말았다

그 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야 말았다

그 말을 발음한 얼굴의 눈을 쳐다보고야 말았다

그 순간 아무런 힘도 의미도 없던 말은

그 눈빛의 의미를 받아 갑자기 생기가 나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떠돌던 모든 귀들이

재빨리 그의 눈과 내 눈 사이로 모여들었다

세상의 말들이 갖는 내밀한 의미가 구원이거나 결손과 파괴의 의미를 가지거나 시인이란 순하고도 명민한 귀를 가지고 있음을 이 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시인이 들은 말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말 한 마디가 우리를 주저앉히고 일으켜 세운다는 점에서 쉽게 내뱉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낀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