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종 환

모순투성이의 날들이 내게 오지 않았다면

내 삶은 심심하였으리

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 않았다면

내 젊은 날은 개울 옆을 지날 때처럼

밋밋하였으리 무료하였으리

갯바닥 다 드러나도록 모조리 빼앗기고 나면

안간힘 다해 당기고 끌어와

다시 출렁이게 하는 날들이 없었다면

내 영혼은 늪처럼 서서히 부패해갔으리

고마운 모순의 날들이여

싸움과 번뇌의 시간이여

시인에게 삶은 모순투성이의 날들이었고, 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던 날들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불구와 모순의 시대를 뜨겁게 살아온 시인의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이 감동적이다. 누구나에게 그런 힘들고 어려웠던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들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쳤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리라. 그런 번뇌의 시간들에 대해 고마워하는 역설이 이 시에 깔려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