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윤 길

나, 나는 흔들리고 흔들린다. 도화망둑 지느러미에 흔들리고 흔들림은 뱃사람인 내가 멈추는 삶이고 돌아가신 어머니 울음이다. 흰고래를 만나 흔들리고 황혼에 흔들리고 흔들림으로 뱃사람을 확인한다. 에스파냐 해적 되어 죽음 가득 찬 지브롤티 해협으로 애인마저 끌어들일 것이다. 허리케인이 무지개가 될 때까지 온몸이 블루다이아가 될 때까지 바람에 흔들리고 물결에 흔들리고 좌 우현 홍 녹등과 나는 흔들리고 흔들린다

원양어선의 선장이면서 시를 쓰는 이윤길의 시에는 뱃사람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풍경과 시적 경험이 나타난다. 흔들린다는 건 뱃사람들의 일상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흔들림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울음소릴 찾아내고 있다. 시인은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모든 것과 관계하면서 흔들림의 대물림, 그 지속성에 대해, 그 끈질긴 끈을 가족사 속에서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