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채 형

산 너머 먼 마을에

오래된 우물 하나 있었지

밤이면 별무리 몰래 잠기던

지금은 잊혀진 그 우물

천둥 소나기 물러가고, 문득

하늘의 뿌리 그리운 날

나, 무지개 따라서

그 우물 찾아가리

먼 훗날 누군가

그 우물 풀 제

놋수저 은가락지 더불어

내 촉루도 함께 거두리

고향 마을 어귀나 혹은 고향집 뒤란의 깊은 곳에는 우물이 있다. 맑은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나 늘 달콤하고 시원한 생명의 물을 우리에게 주는 우물이다. 고향을 떠나와 멀리서 나이먹고 늙어 가지만 가슴속에는 잊혀지지 않는 고향의 우물 물이 끝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젖줄 같은 것이고 영원에서 흘러와 영원으로 흘러가는 생명의 원천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