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 록

메주를 왜 네모나게 만드는지 아냐?

굴러떨어지면 데굴데굴 흙먼지 묻을 것 아니냐

묶어 매달기 편해서도 그러겄지만

각지게 만든 게 장맛이 더 좋아야

각진 놈은 둥그러지고 싶고

둥근 놈은 각 잡고 싶지 않겄냐?

맛이 무슨 군인이라고 혓바늘 세워

각 잡고 군기 세우고 그러겄냐?

맛은 두루뭉술 넘어가는 목넘이가 좋아야지

그래서 둥근 노깡 샘보다

네모난 대동샘 물맛이 더 좋은 거여

메주와 샘은 왜 제가 네모난 것으로 멈춰 있는지를 기억한다. 그것이 어머니의 기억이다. 조각난 네모와 정지된 직선에 길든 습관은 제가 크고 둥글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끝내 권력이 된다는 것을 어머니는 알기 때문이다. 네모와 직선은 저를 비우고 최초의 의도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서만 거기 있어야 한다. 어머니는 자신을 작은 네모로 자각하는 네모를 축하하는 깊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혜안을 다시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