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TP2사업이 시작도 못해보고 무산됐다. 관계 법령 등을 고려하지 않은 막무가내식 독단 독선행정이 빚은 당연한 결과였다. 포항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의 힘을 너무 믿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위반하는 행정행위는 결코 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가 되었다. 비록 포항이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 줄 신성장 동력이 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선의(善意)는 인정되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에 일반산업단지 건설은 불가하다”는 법원의 판결 또한 정당하다. 더욱이 감사원 감사에서도 “일반산단 건설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는 권고를 한 일이다. 법원과 중앙감사기관이 같은 결론을 내린 일이니, 결국 백지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포항TP2사업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기환 시장은 당초 R&D산업 위주로 계획했었다. 첨단과학연구개발단지로 구상했고, 연구소 위주로 건설할 계획이어서 상수원보호구역 관련 법규에도 저촉되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 추진하면 될 일이었는데, 박승호 시장이 당선돼 후임 시장이 되자, 그는 욕심을 냈다. 연구소 위주로는 만족할 수 없고 `일반산업단지`로 `포항산업의 다각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뜻은 좋으나, 관련 법규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 시기에 왜 주변의 참모들이 조언이나 만류를 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조언을 했으나 박 전 시장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것인가.

어쨌든 그 때 한번 잘못 꿴 첫 단추가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후폭풍을 몰아왔다. 포항시는 환경청이나 국무총리실 등 관계 요로를 찾아다니며 애타게 설득했지만, 속수무책이라는 답변만 들을 수밖에 없었고, 궁여지책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 판결이 돌아왔을 뿐이다. 소송의 결과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토지가 묶인 학전리 일대 지주 590여명과 주민 90여 가구들은 소송이 진행될 때 이미 포항시의 패소를 점치고 있었고, 시에 찾아가 `보상문제`를 문의했었다.

12년이나 토지가 묶여 있어서 아무 재산권 행사도 못했으니 주민들로서는 당연히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포항시의 패소는 자명하다. 11개 법인이 이미 출자한 300억원 중에서 171억원은 써버렸으니 이를 메꿔주는 일도 포항시가 감당해야 할 지출이다. `법을 무시한 출발`이 초래한, 가혹한 `후과(後果)`이다. 고등법원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법원에 의한 `조정`은 기대할 수 있겠다. 일반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백지화시키고, 애당초 계획했던 첨단연구단지 조성으로 환원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