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복 여

어쩐지 분주한 내가

방 안의 모자가 다 사라져버릴 때까지

마지막 모자를 들어올리면

아침이 온다는 것은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긴 모자의 산이

새로이 하나 생긴다는 것일 뿐

커다란 모자 지붕이

둥실 한번 굴러가는 것일 뿐

모자로 만들어진 방은 실제로 없다. 시인은 모자가 무엇으로 해석되던 간에 모자는 공간과 공간 속에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모자들을 들어올리고 들어올려도 끝없이 밀려오는 이 끝없는 반복성이 주는 막막함을 우리에게 건네주고 있다. 이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무한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여자들에 대한 언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