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다짐으로 채웠던 밀물 바다가

어느새 썰물 되어

협애에서 쓸린다, 그 울돌목에 걸리는

나를 아주 놓아버리기 전

누군가에게서 용서받아야 한다는 생각

물살 따라

영영 돌아서지 못할 지점까지 밀려가면

떠돌 더 넓은 바다가 있을 거라고

그 바닷가에서 나, 물고기 낚는 어부일까?

한 마리 물고기일까?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에 섞여 거스르는

길고 비좁은 어도(魚道)

등지느러미가 지고 나르는

물살인 듯 물빛인 듯

전신마취의 경험은 의식을 꺼버리는 경험이다. 죽음을 경험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자신의 의식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경험해보는 일일지 모른다. 시인은 전신마취의 경험 속에서 다른 시간, 다른 생의 시간들에 대해 상상해내고 있다. 시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나타난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