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일 만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여자에게선

흙냄새가 난다

통통한 힘살에 불거진 힘줄을 통해

씨앗들이 무시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미의 심장이 생산해내는

씨앗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젖 빠는 일에 열중이다

깊은 심장에서 자라난 씨앗들은

뿌리를 뻗고, 뿌리는 샘물을 긷는다

그러므로 여자의 몸속에는 깊은 우물이 있다

아이의 우물, 내력의 우물

심지어는 제 몸을 부풀려

젖을 길어 대를 이어 물리는 일이다

조물주가 잘 빚어 세상에 내려준

촉촉한 농부,

여자의 몸빛이 젖빛인 까닭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여자(아내)를 촉촉한 농부라 칭한 시인의 인식에는 어머니와 아내가 지니고 있는 생명의 산실이라는 숭엄한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여자의 몸속에 자리잡고 있는 깊은 우물이 씨앗들을 길러내는 힘이라는 것이다. 씨앗들은 이러한 우물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우물은 퍼내도 퍼내도 끝없이 고이는 생명의 젖줄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