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문 재
고무딸기보다 검은 개 한 마리가
도둑을 잡았다는 듯 막아섰다
딸기 하나 따 먹고 도둑놈 취급을 받기에는 억울했지만
송아지만 한 개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어오고 있었다
나는 개에게 붙잡힌 채 고무딸기를 내뱉고 있었다
지난 세월 시인은 남의 집 정원의 고무딸기 한 무더기에서 단 한 개의 딸기를 따 먹고 인생의 맛과 향기를 조금 알았다. 그러나 몇 발짝 옮기기도 전에 검은 개로 상징되는 세월이 그의 앞길을 막아선다. 시인에게 나이 오십은 바로 그 억울하고 당황스런 순간과도 같다. 지나 온 삶에서 얻은 것도 누린 것도 별로 없어 억울한데 세월은 야속하게도 그것 마저 다 뱉어놓고 가라고 막아선다. 오늘 아침 우리 앞을 막아서는 검은 개 한 마리를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