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광 규

밥상을 차리고 빨래를 주무르고

막힌 변기를 뚫고

아이들과 어머니의 똥오줌을 받아내던

관절염 걸린 손가락 마디

이제는 굵을 대로 굵어져

신혼의 금반지도 다이아몬드 반지도 맞지가 않네

아니, 이건 손가락 마디가 아니고 염주알이네

염주 뭉치 손이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아내는 손가락에 염주알을 키우고 있었네

집안 일을 챙기고 자녀들을 양육하며 살림을 하느라 시인 아내의 손은 결혼반지가 맞지 않을 정도로 거칠고 미운 손가락이 돼버렸다. 아내는 생의 반려자인 동시에 밥상 차리기나 빨래를 하거나 심지어는 막힌 변기까지 뚫는 실질적 가장이다. 그렇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는 아내에 대한 시인의 순정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어디 시인의 아내 뿐이겠는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