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름으로 1`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민음사 펴냄, 436쪽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200여 주나 머물면서 전 세계 독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사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불러일으키는 그녀가 이번에는 탐험과 발견과 위대한 발전의 시대 19세기를 무대로 한 대작 장편소설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약용 식물 거래로 필라델피아 최고의 부를 거머쥔 풍운아 헨리 휘태커의 외동딸 앨마 휘태커. 그러나 앨마는 넘치는 재력과 지성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성격과 압도적인 배경 탓에 홀로 고독한 삶을 보낸다.

“이것은 한 인생의 소설이다.”(`오 매거진`)라는 열광적인 서평이 증명하듯, `모든 것의 이름으로`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주인공 앨마가 살아온 격동의 19세기를 그대로 담아낸 완벽한 시대 소설이자 인물 일대기다. 앨마의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 내기 위해 작가는 자연 과학, 철학, 복식,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1800년대 말의 유럽과 폴리네시아 등 전 세계의 역사적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다.

특히 그중에서도 주인공 앨마가 평생을 바쳐 헌신한 식물학 분야에 대한 취재는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다. 앨마의 아버지 휘태커를 포함해 `돈이 되는` 신대륙의 식물을 찾아 위험한 승부수를 걸었던 식물 사냥꾼들의 화려한 모험, 바위에 붙어 수백 년 동안 작지만 풍요로운 우주를 만드는 이끼를 연구하는 선태학자들의 열정, 폴리네시아의 정글을 장식한 이국적인 열대 나무들, 보석과도 같은 희귀 난초를 그린 우아한 석판화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열광, 거대한 유리 온실 속에서 한겨울에도 향기롭게 열매 맺는 체리와 파인애플까지. 자연 과학의 태동기인 19세기, 세계와 자연을 새롭게 분류하고 해석하려 노력한 인간들의 정신이 집중되었던 분야인 식물학에 대한 소설 속 묘사는 투철하고 생생하다.

 

한편 말라리아의 특효약이었던 기나나무를 손에 넣기 위한 열방의 각축, 노예 폐지론이 대두된 미국 동북부의 첨예한 갈등, 쿡 선장이 감행한 무시무시한 모험 이야기, 조용하지만 확실히 세계를 지배하던 동인도 회사, 타히티 섬 초기 선교사들의 고난과 승리 등 과학의 발전과 맞물려 변화하기 시작한 세상의 모습 역시 또 하나의 볼거리다. 주인공 앨마가 어린 시절부터 지식을 쌓는 방대한 규모의 도서관 묘사에 이르면 마치 우리도 그 서늘한 지식의 보고에서 중세의 명저들을 함께 읽어 나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정도다.

자연 과학이 태동하던 19세기. 누군가는 명성을, 누군가는 부를 추구하며 식물을, 광물을, 대륙을 찾아 위험한 항해와 모험을 펼쳤던 시기. 미신과 과학이 공존하고, 진화론을 주창한 과학자가 강신술을 주제로 한 모임을 갖는 한편, 원주민 청년이 매끄러운 영어로 성경을 강독하던 시기.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는 이 모든 장면을 무엇 하나 빠짐없이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읽는 우리 역시 앨마의 혼란스러우며 강렬하고 짜릿한 여정을 함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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