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외유 논란이 해마다 반복된다.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는 마냥 늑장을 부리다가 벼락치기 졸속으로 마지막날에 해치우면서 외국 유람가는 일은 신속하기 짝이 없다. 제사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눈독을 들인다. 그러나 일부 염치 있는 국회의원도 있기는 하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상임위원들이 산하 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나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특별히 점검하라”고 주문하자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대만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예결위는 1억원 안팎의 해외출장 예산을 불용 처리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법사위 박영선 위원장은 박범계, 권성동 의원 등과 함께 미얀마 말레이시아를 다녀왔고, 농해수위 최규성 위원장도 김우남 의원과 베트남 라오스로 갔다. 정무위 김재경, 김기식 의원은 영국·벨기에·프랑스를, 운영위 일부 의원들은 그리스·터키를, 외통위원장 안홍준 의원 등은 동남아지역을 방문 중이다. 무슨 연구, 무슨 시찰, 무슨 의원외교 등등 명분을 들이대지만 `일`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1990년대만 해도 원내 행정국의 허가를 받아 해외출장을 갔으나 지금은 `신고`만 하면 된다. 다시 허가제로 돌아가야 한다.

국회가 이러니 지방의원들도 외유에는 염치불고다. 명목은 `정책관련 시찰 및 자료 수집` `지역 간 교류` 등을 내세우지만 대부분 관광일정이다. 합천군 의원은 터키를, 대전시의회는 중국 하얼빈, 전남도, 대구 서구, 경기도 화성시, 충남 아산시, 경남 남해군 의원 등은 줄줄이 외유를 떠났거나 떠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연초부터 지방의원들이 서둘러 외유에 나서는 것은 지방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낙선하는 날이면 연 200만원으로 책정돼 있는 해외여비를 못 찾아먹는다. 급히 외유부터 다녀온 후에 선거에 몰두해야 한다.

규칙상 외유를 갔다 온 후 30일 내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일은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정책 자료를 찾아 적당히 꾸며 올려놓으면 된다.

2011년 2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만들어 의원 스스로 외유성 연수를 자제하라고 권고했으나 이에 따르는 의원는 241개 중 50곳에 불과하다.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는`일은 국회든 지방의회든 다 싫어한다.

대구 서구의회 의원 9명과 사무국 직원 5명이 13일 대만과 홍콩으로 떠났다. 고궁박물관과 전통시장 방문 같은 관광일정이 들어 있고, 경비 2천600만원은 서구가 댄다. 무상급식도 제대로 못할 만큼 재정이 빠듯한데도 아랑곳 않는다. 경기도 이천시의회는 해외출장비 예산을 만장일치로 전액 삭감했다. 전국에서 처음 보는 현상이다. 이런 모습이 좀 더 많이 보여져야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