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는 다시 `2추기경 시대`를 맞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정진석 추기경뿐인 `1추기경 시대`를 보냈으나 이번에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추대되면서 다시 2추기경시대가 열렸다. 염 신임 추기경은 1943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고, 김수환 추기경과는 동성중학교 동문이다. 그리고 염 추기경의 친동생 둘도 신부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 셋이 모두 성직자가 되기”를 염원했는데, 그 뜻에 아들들이 순응했다. 그의 윗대 조상 한 분은 구한말 천주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순교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의구현사제단 등 친북 좌파 신부들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런 `순수 신앙과 정치이념 간의 갈등` 때문에 천주교 좌파계열 신부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들은 교황청에 청원서를 보내 추기경 선임을 견제하고,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염 서울대교구장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성직자의 정치 개입은 옳지 않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천주교는 `순종`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고 있지만 좌파계열은 이를 무시하고 따르지 않는다. “불의에 눈감는 성직자는 필요 없다”란 소리를 공공연히 내뱉으며, 염 추기경의 선임을 비판하는 것이다. 최근 종북성향 신부들이 미사에서 말하는 강론을 보면 `현실 인식`이 매우 부족해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하거나 `북한의 주장`을 가감 없이 따르는 발언이 대부분이다. 잘못된 지식을 신도들에게 주입시키는 `선동의 정치`에 가까운 강론이라는 말이다. 천주교에서는 “신부의 말씀은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므로 그 악영향은 심각하다.

다행히 바른 시각을 가진 추기경이 선임되었는데, 향후 염 추기경에게 맡겨진 세속적 업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천주교 내부에 생기고 있는 이념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염 추기경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목자의 임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을 모으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각자가 쌓고 있는 바벨탑을 부숴야 한다. 인간의 고집으로 옳다고 믿는 것들이 흩어지고 무너질때 우리는 하나가 된다. 하나님 앞에서는 여 야가 없다. 당(黨)이란 건 한 부분이다. 그런 부분적 시각을 갖고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종북 좌파 신부들을 파문하라!”고 외치고 있다. 국론분열을 주도하는 정치신부들이 진정한 성직자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부탁을 염 추기경에게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