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경일고 졸업생 올 교복 102벌·체육복 50벌 기증
40벌 넘게 새 주인 찾아가

▲ 안동 경일고 재학생들이 교내 `교복 물려주기`코너에서 선배들이 물려준 교복을 둘러보며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를 찾고 있다.

학부모들의 교복 마련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안동의 한 고교가 해마다 `교복 물려주기`행사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안동 경일고등학교는 비싸게 구입한 멀쩡한 교복이 졸업과 동시에 아무 쓸모가 없게 되자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해마다 개최해 오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행사는 올해로 13년째다.

학교 측은 새 학기 마다 동복, 하복 등 수십만원에 달하는 만만찮은 교복 가격에다 등록금, 각종 교재 값으로 애를 먹는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도 교복 물려주기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장은 시중 교복 판매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옷걸이마다 다양한 사이즈의 깔끔한 교복들로 가득찼다.

올해 총 174명의 졸업생들이 기증한 교복은 동복과 하복이 각각 102벌에 체육복 50벌이 새로운 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올 들어 새 주인을 찾아 간 교복만도 40여 벌. 신입생이나 재학생들은 누구나 입던 자신의 교복이 몸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교환하거나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교복을 물려 줄 선배들은 자신이 입던 교복을 깨끗이 세탁해 기증한다.

“이 교복의 주인공이 될 후배님, 항상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라는 내용의 사연을 쓴 메모지가 교복 주머니에서 가끔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교복을 입다가 이 같은 메모지를 본 후배들은 선배의 따듯한 마음에 살짝 미소를 짓기도 한다.

안중렬 경일고 교사는 “처음에는 남이 입던 옷을 입는다는 생각에 주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며 “수년이 지난 현재는 학생들에게 절약과 나눔의 정을 느끼게 하고 학부모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행사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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