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 포스텍 교수·산업경영공학과

미국의 중소도시 몽고메리에도 어김없이 2014년 새해아침의 해가 힘차게 떠올랐다.

몽고메리(Montgomery)는 미국 알라바마주의 수도이지만 20여만명의 중소도시이다. 이곳은 역사적으로는 남북전쟁 때 남부군의 수도였고,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목사가 4년간 목회를 했던 교회가 있다. 또한 이곳은 1950~60년대 흑백차별에 항거하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사건이 일어난 곳이며, 세차례에 걸친 셀마-몽고메리 흑인 행진으로 미국 흑인인권을 얻어내고 인권평등을 실현한 무저항운동의 발생지인 곳이다.

그런데 2014년 몽고메리의 새해아침이 왜 남달리 느껴지는 걸까?

연초 미국출장 중 이곳 몽고메리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이곳 몽고메리시의 현대 블루바드라고 부르는 큰길을 따라가면 광대한 대지에 한국의 현대자동차 몽고메리공장이 나타난다. 수십만평의 광활한 대지 위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공장은 3천명 가까운 직원을 고용해 미국 남부지역의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는 몽고메리시는 2006년 공장이 설립된 뒤 지금까지 이 공장 덕에 20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몽고메리 시장은 “이 지역에서 현대차의 인기는 최고”라며 “부품업체들까지 따라들어오면서 현대차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안겨줬다”고 좋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국직원은 불과 100여명이지만 미국노동자들이나 근로자들에겐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 공장 내에서 한국사람들은 미국인에게는 공장을 경영하는 주인이 된다. 제2의 현대자동차 공장 설립을 두고 조지아, 테네시, 알라바마 주지사들이 다투어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 참으로 필자가 미국유학을 하던 30년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 지금 미국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몽고메리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인 웨스트포인트라는 조지아주 도시에는 기아자동차 공장도 있어서 두 개의 시를 잇는 85번 고속도로는 한국 자동차의 벨트라인이다. 주변의 부품공장도 수십개가 산재해 있다.

이 두개의 도시는 헌츠빌의 LG 공장, 달라스의 삼성공장과 함께 미국내 제조업에서 있어서의 한국기업의 약진의 상징이다.

몽고메리와 인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줄잡아 1만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수십개의 한인교회, 한국식당, 슈퍼마켓, 심지어 한국 커피숍 등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미국 내에서 자동차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서의 한국제품의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 백화점에서 TV, 냉장고등 가전제품을 구입하려면 삼성, LG 제품으로 뒤덮여 있는 매장을 만나게 된다. 과거 소니, 도시바, GE 등 일본이나 미국제품에 밀렸던 가전제품시장에서 한국가전제품의 약진은 실로 매우 놀라운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미국인들은 60년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이렇게 약진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흔든다.

거의 100%인 미국인 근로자들은 완성된 차체에 내부 부품을 조립하는 의장공장에서 부터 프레스공정과 용접을 통해 차량의 겉모습을 만들어내는 `차체공정`까지 수백대의 로봇을 작동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차체 밑부분과 앞부분 등 로봇이 자동차 형태를 조립하고 나면 현지 근로자들은 로봇이 처리하기 힘든 트렁크와 후드 등을 조립하고 품질검사를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자동차업계 생산성 조사에서 북미 35개 공장 가운데 2010년부터 생산성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몽고메리공장은 지난해말 3교대제로 전환했다고 한다. 기존 주야간 10시간 맞교대를 8시간씩 3교대로 변경하면서 24시간 풀가동 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처럼 교대제를 쉽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근무 시간 감소로 임금이 줄었지만 근로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노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근로자와 회사가 상호 협력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미국의 남부의 고적도시인 몽고메리에서 새해아침을 맞이하면서 진정한 애국과 세계화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현대의 국가의 힘은 면적이나 인구숫자에 상관없이 얼마나 세계로 뻗어나가는가 하는 버츄얼(virtual) 개념으로 결정된다.

이제 한국은 기업, 경제, 문화, 교육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 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맞이하는 몽고메리의 2014년 새해아침은 너무도 싱그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