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떼먹기 좋은 돈은 나랏돈”이라 했다. 기획예산처·기획재정부를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으로 33년을 봉직한 김대기씨가 저서 `덫에 걸린 한국경제`에서 한 말이다. 가난한 사람의 의료비를 국가가 100% 지원했더니 1년에 33년치를 처방받은 사람이 있고, 구제역에 걸린 소를 매몰하면서 국가가 100% 시가로 보상했더니, 구제역으로 소가 죽은 농가가 무사한 농가보다 이익을 봤다. 소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농업용 기계를 보유한 농민에게 면세유 쿠폰을 발급했더니 죽은 사람 1만5천명의 이름으로 세액 감면혜택을 받았다.

최근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구미시가 2009년부터 시행한 액비저장조 시설 지원사업과 관련, 보조사업자와 공모해 보조금을 가로챈 설비업자 A씨를 구속하고, 농민 3명, 설비업자 1명, 작목반 대표 2명을 사기 혐의로, 건설업자 1명은 사기 방조 혐의로, 건설업자 1명, 영농법인 대표 1명을 각각 사기 및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작된 서류를 시에 제출해 보조금을 받아낸 혐의다. 또 I씨는 보조사업자와 공모해 김천시로부터 부자마을 만들기 사업 보조금 2억8천만원을, J씨는 건설업자와 공모해 2억8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가장 떼먹기 좋은 돈이 국가의 돈”이라는 말이 맞다.

나랏돈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돈까지 횡령한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발전소에서 반경 5km 이내 지역에 대해 발전소는 `지역경제 협력사업 ``주변환경개선사업``지역복지사업`등 명목으로 지원금을 주는 법률이다. 그런데 이 지원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관할 지자체는 아예 관여하지 않고, 원전사업자측도 철저한 현장 실사 없이 대충 서류심사로 떼운다. 조작된 허위 서류가 난무하는 이유다.

최근 대구지검 경주지청은 원전 지원금 수억 원을 빼돌린 이장 등 7명을 기소했다. 토지를 매입하면서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1억7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전 양남면 이장 이모씨(68)를 구속기소하고, 전 마을협의회 회장 김모씨(67) 등 6명은 사기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평당 23만원에 산 땅을 41만원에 구입한 것처럼 금액을 부풀려 더 받아내고, 마을회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허위계산서를 붙여 5억7천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새해부터는 이런 허술한 구석을 철저히 보수해야 하겠다. `쥐구멍`이 많은 곡간을 그대로 두어서는 국민이 아무리 세금을 더 내어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보조금 관리도 빈틈이 없어야 하겠지만, 관리를 허술하게 한 공직자와 범법자에 대한 처벌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 `법의 권위`가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