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甲午)년을 청마의 해라 한다. 청마(靑馬)란 키가 크고 생김새가 준수하고 지구력이 뛰어난 중동 원산 `아랍`종을 말한다. 몸색깔이 검푸른 빛이다. 아라비아에서는 이 `Arab`을 `사막의 바람이 만든 걸작` `날개 없이도 날 수 있는 말` `신이 준 선물`이라 부른다. 중국 삼국시대의 명마 `적토마`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 상징마는 천마(天馬)다. 박혁거세의 탄생을 알리고 하늘로 날아 올라간 말그림이 천마총에서 발굴됐었다. 입으로 불을 품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마도가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져 있다. 올해 갑오년은 천마와 청마가 기운을 모아 `도약과 비상`을 실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어느 한 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때가 있었냐마는 지난해만큼 파란곡절 많았던 해도 없다. 지난해 넬슨 만델라가 타계했다. 용서와 화해를 몸으로 가르친 이 시대의 성자였다. “흑인의 땅 아프리카에서 흑인으로 태어난 것부터 불법”이라며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깨기 위해 투쟁하다가 `테러리스트`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갇혔고, 27년 만에 `성자`가 되어 석방됐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정치보복이 아닌 용서와 화해의 길을 걸어 간디옹이 받았던 찬사 `위대한 영혼`이 되었다. 장례식은 역대 어느 위인보다 성대했다. 세계 모든 정치지도자들이 참석했고, 우리나라는 총리를 보냈다.

그 무렵 북한은 `장성택 숙청 모의`에 바빴다. 그는 김일성 주석의 사위이고 김정은의 고모부였으며, 김정은을 `령도자`의 자리에 올려놓은 주역이었고, 김정은의 `정치·경제 멘토`였다. 그는 북한 유일의 `국제적 인물`로서 중국과 미국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북한 개혁 개방의 선도자 역할을 했다. 그에 대한 국내외적 신망이 김정은을 능가하자, 태양은 두 개 있을 수 없다며 그를 숙청했다. 숙청과정은 너무 참혹하고 잔인했다. 기관총탄 90발을 난사한 후 그것도 모자라 화염방사기로 뼈까지 태워 없앴다고 한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이끌어 갈 인물이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그런 비정상적인 정치집단이 핵무기를 가졌으니 한반도가 어찌 안녕하겠는가.

민주당의 심기일전을

이런 엄중한 시기에 우리 정치권은 한 해를 정치(政治)보다 정쟁(政爭)으로 보냈다. 민주당은`댓글과 국정원 개혁`을 치켜들고 박근혜정부를 공격했지만 결과는 지지도 급락이었고, 생기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지지도의 절반 밖에 안되는 치욕을 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거대 야당 민주당이 지지율 한자리 수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야당들은 그동안 꾸준히 `국민`을 팔았지만 대다수 국민은 등을 돌렸다. 내내 자충수(自充手)만 두어왔던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박정희 민족중흥 대통령을 겨냥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의 귀태(鬼胎) 발언”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독설·폭언·막말이 줄을 이었고, 그 때 마다 민주당 지지도는 떨어졌다. 바위를 향해 계란을 던졌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념의 독방에 갇힌 사람은 민심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 노숙투쟁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국회를 공전(空轉)시키고, 법안과 예산을 방치한 채 100일을 허송세월한 `국회파업`을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식물국회법`이라 불렸고, 그 법은 결국 민주당에게는 독(毒)이 되었다. 독을 독인 줄 모르고 마셨으니 이보다 어리석은 정치집단이 없다. 수권정당이 되기는 한참 멀었다.

19대 국회는 보기 드문 코미디를 연출했다. 본회 회기 100일 중 99일을 할 일 하지 않고 싸움박질만 하다가 마지막날 34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2분 몇초 만에 한 건씩 법안이 의결된 것이다. 그리고 12월 26일 한 해가 끝나갈 무렵, 불이야, 본회의를 열고 무려 77건의 법안을 무더기 의결했다. 패싸움이나 하고 돌아다니던 학생이 시험날 벼락치기로 시험공부하는 꼴이었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국정권 개혁법을 `조건`으로 미뤄두고 있다. 언제까지 `흥정 거래 정치`로 국민의 눈총을 받을 작정인가. 자멸까지 가봐야 정신이 돌아올 것인가.

공기업 개혁에 정치력 발휘를

그러다가 민주당은 `딱 한 건`을 했다. 철도노조 파업을 해결하는 메신저 구실을 새누리당과 협의로 성사시킨 것이다. 명분 없이 파업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할 명분을 찾고 있는 중에 그`믈꼬`를 열어준 것이다.

항상 서로 으르릉거리던 양측이 모처럼 서로 칭찬하며 상대에게 공로를 돌리는 장면을 연출할 줄도 아는구나 싶어 신기하기조차 했다. 맞설 때 맞서더라도 협력할 때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기특했다. 야당 핵심들이 파업 노조원들 사이에 끼어앉아 팔뚝을 흔들 때는 “이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나”하고 걱정하던 국민들이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코레일이 경쟁체제로 나아가 경영을 합리화하는 철도개혁은 다른 공기업 개혁 행보의 시금석이 된다.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귀족노조를 만들어내고, 국가재정을 왜곡시키고, 파업을 무기로 제 주머니 채우는 버릇이 굳어버린 공공기관의 악습을 고치지 않고는 이 나라가 내내 안녕하지 못하다.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의지해서 사사건건 발목잡기만 해서는 국회무용론·국회유해론을 피할 수 없다. 낙하산 인사와 습관성 파업, 방만경영과 국민혈세 낭비, 청년실업과 귀족노조, 이런 고질병을 치료하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 일에서만은 정쟁을 멈추고 제대로 정치력을 발휘해서 `한국병`을 고치는 갑오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