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344쪽

올해로 등단 20주년이 된 소설가 김연수가 다섯번째 소설집 `사월의 미, 칠월의 솔`(문학동네)을 펴냈다.

이 책은 2008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발표된 단편 11편을 담았다.

최근 업로드된 문학동네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에서, 작가 김연수는 말한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 속일 수가 없다. 쓸 수가 없다. 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타인의 삶을 쓸 수 없다, 는 걸 인정하고 포기하는 데서부터 나는 오히려 시작한다.” 너의 삶을 이해한다, 안다, 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

어쩌면 김연수의 소설이 가지는 힘은 바로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삶과 이 세계를 제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 애쓰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일까. 특히 이번 작품집에 실린 열한 편의 소설은 작가(혹은 작중 화자)의 개입 없이 소설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누나가, 이모가, 들려주는 제 삶의 이야기들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우리 머리 위에는 거대한 귀 같은 게 있을 거야. 그래서 아무리 하찮고 사소한 말이라도 우리가 하는 말들을 그 귀는 다 들어줄 거야. (….) 그런 귀가 있어 깊은 밤 우리가 저마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은 거야. ”_`깊은 밤, 기린의 말`

김연수의 소설이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면, 또한 그 때문일 것이다. 너를 이해한다, 서툴게 위로하지 않고, 그저 삶이 거기에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삶이 아득해지는 어떤 순간 뜻없이 중얼거리는 말들을 커다란 귀가 되어 그저 그 자리에서 들어줌으로써. 그리고 그 순간 결국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함으로써.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몸을 기대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을 기대는 일이다. 그래야 기대는 쪽도 의지가 되는 쪽도 불편하지 않다. 이제, 그의 커다란 귀를 열어둔 소설에 마음을 기댈 시간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