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만나는 성경` 이석우 지음 아트북스 펴냄, 324쪽

명화를 통해 성경을 만날 수는 없을까. 성경의 가르침과 주제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도전적 주제였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은 성서를 소재로 한 명작들을 다수 남겼다. 서양사를 전공한 학자(경희대 명예교수)이자 신앙인(분당 샘물교회 장로)인 이석우 선생은 자신이 그림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을 단련해왔다고 고백하며 명화에 담긴 예술가들의 열망과 고뇌, 성경의 가르침을 전한다.

`명화로 만나는 성경`(아트북스)은 `아담의 창조`에서 `최후의 심판`까지 구약과 신약의 주요한 사건과 이를 다룬 24점의 명화를 시간순으로 아우르는 가운데 이 작품 속 사건의 의미와 함께 화가가 자신의 신앙적 고뇌와 진실을 어떻게 표현했는가를 살핀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창조`에서 아담의 신체를 아름답게 표현한 것은 하나님의 창조성이 남성의 몸에 완벽히 구현되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고, 뒤러가 `네 명의 성스러운 사람들` 아래 루터 성경의 문구를 넣은 것은 당시 독일을 휩쓴 종교개혁을 적극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대목이 그렇다.

루벤스의 걸작 `하프를 켜는 다윗 왕`을 언급하면서는 영광과 그늘이 함께한 다윗의 삶과 루벤스의 삶ㅡ그는 화려한 외모와 천의무봉의 솜씨를 갖추었지만 자신의 화풍을 이루지 못했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렸다ㅡ이 교차하는 지점을 짚어내는데, 성경 속 인물의 삶과 화가의 삶을 병치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성화는 인간의 가장 본원적인 문제인 죄와 고통과 죽음, 그 한계를 다루고 있으며 빛과 어둠에 대한 선택을 우리에게 직접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화로 만나는 성경`은 `명화로 보는 성경책`이자 이석우 교수의 신앙 고백집이다.

하지만 단순히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소재주의적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기독교 미술사의 걸작으로 남을 만한 작품을 골라 성경과 역사, 미술사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을 바탕으로 `예술과 신앙의 만남`을 주선한다.

그림이 전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믿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엮어내 성경을 읽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화를 상징 등 미술사적 관점에서 살핀 책은 많았지만, 신앙의 관점으로 살핀 책은 드물다는 점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지은이가 그림과 대화하면서 인생의 문제를 질문하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통로를 발견하는 대목이다.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욥의 고통`을 통해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고통을 왜 주셨는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묻고 두초의 `산 위에서 시험받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정신적 삶의 가치관(“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을 곱씹는다.

특히 하나님의 섭리대로 산다는 명목으로 자칫 인간이 책임져야 할 영역마저 하나님께 미루지 않는지 기독교인으로서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삶에서 부끄럽고 죄에 빠진 부분이 많았지만 감사하게도 어둠의 길로 가지 않고 빛의 길을 향해 갈 수 있었다”라는 지은이의 신앙고백이 진실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러한 윤리적 성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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