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정기연주회 오늘 문예회관서

▲ 피아니스트 서혜경
`불굴의 피아니스트`, `힘과 열정의 피아니스트`, `건반 위의 여제(女帝)`.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53·경희대 교수)에게 붙은 별명이다.

8번의 항암치료와 절제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이겨내고 화려하게 복귀한 서혜경이 포항 관객을 찾는다.

4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포항시립교향악단의 제129회 정기연주회 무대다.

미국 카네기홀이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했던 서혜경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던 2007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성공적인 수술을 한 지 올해로 6년이다.

포항 무대에선 협주곡 중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가장조`를 들려준다. 모차르트가 31세 때 작곡한 이 곡은 균형잡힌 구성력과 원숙한 기법으로 작곡된 걸작으로 제3악장이 뛰어나다. 서혜경의 힘과 열정, 탁월한 테크닉과 원숙미, 청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만나 볼 수 있다.

9살의 나이에 신동, 천재로 불리며 데뷔한 뒤 국제적으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승승장구한 서혜경은 20세 때인 1980년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 중의 하나인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피아노경연대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최고상을 받았다. 그 수상으로 대한민국 피아니스트 중에 최연소 나이로 보관문화훈장을 받는 영광도 그해에 누렸고 베를린 필하모니, 런던 필하모니,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서혜경이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와 협연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두고 독일의 한 언론은 `웅장한 기교, 담대한 열정, 섬세함이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007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으면서 음악은 물론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당시 의사들은 그에게 암세포가 이미 림프절로 전이된 상태라 치료가 끝나더라도 팔 근육을 제대로 쓰지 못해 피아노를 칠 수 없을 것이라는 판정을 내리며 피아노를 포기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혜경은 항암치료와 절제수술, 방사선치료를 모두 이겨내고 암 판정 1년3개월 만인 2008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다시 올라 화제가 됐다. 그리고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세계적인 여성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집과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전집을 녹음해내면서 여전히 건재함을 또 한번 과시했다.

이날 음악회에는 베버의 오페라 `오베론`서곡과 슈만의 `교향곡 제4번 라단조`도 연주된다. 두 곡 다 환상과 신비로 가득한 독일 낭만주의 명곡이다. 지휘는 이현세 포항시향 상임지휘자.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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