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미야베 미유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696쪽

`모방범` `화차` `이유` 등의 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문단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사진>의 현대 미스터리 소설 `솔로몬의 위증`(문학동네)이 출간됐다.

1부 사건, 2부 결의, 3부 법정의 전3권으로 이뤄진 `솔로몬의 위증`은 공포소설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여에 걸쳐 `소설 신초`에 연재된 작품으로 번역원고 기준 원고지 8천500매에 달하는 대작이다.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추락사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의혹과 진실 공방 속에서, 현대사회의 어둠과 병폐뿐 아니라 예민한 10대의 심리를 그리는 데에도 정평이 나 있는 작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출간 후 오랜 연재기간 동안 단행본을 기다려온 팬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세 권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각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에는 6월12일 1권 출간에 이어 6월26일에 2권이, 7월10일에 3권이 출간됐다.

도쿄의 평온한 서민가에 위치한 조토 제3중학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눈 쌓인 학교 뒤뜰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지만 곧 그가 교내의 유명한 불량학생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관계자들에게 날아들고, 불행한 사고는 학교폭력이 얽힌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한다. 이윽고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져가는데…. 무책임한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조금씩 학교를 뒤덮는 악의, 하나둘 늘어나는 희생자. 죽은 소년만이 알고 있는 그날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가?

 

전작 `화차`에서 자본에 잠식된 현대사회의 이면과 헛된 욕망을, `모방범`에서 사이코패스 지능범에 휘둘리는 대중과 매스컴의 무책임한 행태를 날카롭게 그려낸 미야베 미유키는 `솔로몬의 위증`에서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등교거부 등의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사회화와 기본 교육을 위해 일정 기간 거쳐가는 장소,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폐쇄적이고 기묘한 공간인 학교. 그곳의 구성원들 사이에는 어른들의 사회 못지않은 규범과 계급, 그리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성이 존재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각자의 균형을 지켜오던 어느 날 학생의 비극적인 자살이라는 커다란 돌이 던져지고, 어디로 퍼져나갈지 알 수 없는 파문 속에서 그간 잔잔한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연달아 모습을 드러낸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엄습하는 정체 모를 악의와 공포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이 가장 잘 발휘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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