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는 어디서…` 공선옥 지음 창비 펴냄, 264쪽

시대의 폭력에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 공선옥의 신작 장편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가 출간됐다.

소외된 주변부의 삶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함께하며 이야기로 그들을 끌어안았던 공선옥의 작가적 역량은 이번 작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역사에서 소외되고 세상의 광기에 희생된 그녀들은 공선옥의 소설에서 비로소 꽃피웠다.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작가 공선옥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는, 곯아가는 세상에서 여전히 문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봄날, 우리를 대신해 울어주던 여자가 있었다. 소설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시골마을에서 시작된다.

투전판에서 돈을 몽땅 잃고 일자리마저 잃은 아버지는 정애에게 언어장애를 가진 엄마와 동생들을 맡기고 외지로 떠난다. 동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가장을 잃은 정애네를 업신여기기 시작하고 정애네 가축을 하나둘 훔쳐가버린다. 정애가 기댈 곳은 가장 친한 친구인 묘자뿐이다.

지금도 국가의 폭력, 집단의 광기에 쓰러져가는 삶이 수없이 많은데….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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