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패밀리` 고종석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8쪽

▲ 소설가 고종석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언어학자로서 여러 방면을 통해 유려한 글쓰기에 매진해온 소설가 고종석의 세번째 장편소설 `해피패밀리`(문학동네)가 출간됐다.

`독고준`이후 3년 만에 펴내는 `해피 패밀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친근하고 가깝다 여겨온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회의를 날카롭고 서늘하게 그려냈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 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비극적인 역사를 지나온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연하다 믿고 있는 핏줄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탄탄한 연대의식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허망하고 위선적인 것인지 이야기한다.

소설은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민형의 목소리부터 시작해 아들이 일하는 출판사의 사장인 아버지 한진규, 고등학교 역사교사이자 어머니인 민경화, 한민형의 처이자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서현주, 한민형의 동생인 한영미와 한민주, 대학 후배인 이정석, 장모인 강희숙, 딸 한지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한민형의 누나 한민희까지 모두 화자로 나서 각자의 사연과 감정 들을 토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세상에 금지된 것은 없습니다, 느닷없이 이 문장이 내 입 밖으로 중얼중얼 흘러나왔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파편화된 개인들이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데면데면하게 피상적으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족이라는 명사에서 느끼는 것들, 최소한 느끼기 원하는 것들은 대개 따스하고 편안한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그 방식이 온전하거나 뒤틀려 있거나를 떠나 우리 서사에서 `가족`이라는 말은 `외롭다`는 말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해피 패밀리`의 가족들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가슴에 맺힌 커다란 상처를 허무주의로 메우고 있는 한민형의 모습이나, 직접 입양해온 한영미를 철저히 필요에 의해서 물건처럼 대하고 심지어 그런 태도를 아무렇지 않게 정당화시키는 어머니 민경화의 모습은 이들을 정말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묻게 한다.
 

“나는 사람보다 책이 좋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유년기를 되돌아보면, 책 읽는 나보다 동무들과 뛰노는 내가 더 선명히 기억된다. 아마 십대의 어느 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책을 사람보다 더 좋아하게 된 것이. 책보다는 아닐지라도, 내가 사람을 좋아하긴 하는 것일까?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한민형, 12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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