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형식에 그치고 질문은 사장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0년을 넘어섰다. 명예직임에도 지방의원들의 의욕은 불타올랐다.

지방의회 긴급 진단

⑴돈선거 파문 빙산의 일각

⑵의장단 선거방식 개선돼야

⑶견제와 감시 기능 상실

⑷예산편성 내것부터 우선

⑸비례대표 나눠먹기식 전락

초창기 지방의원을 지낸 일부 인사는 지금 국회의원이 됐거나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도 있다. 그만큼 인물이 많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집행부는 긴장했고 지방의회는 견제와 감시의 고유기능을 한껏 발휘했다. 지금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약중인 강석호 경북도당위원장은 포항시의회와 경북도의회를 거쳤다. 안동 권오을 전 국회의원도 경북도의원 출신이다.

지방자치가 실현되고 의회가 부활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은 의회의 눈치를 살폈다. 경북도 정무부지사를 거쳐 지금은 경북관광개발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공원식 사장은 포항시의회 의장 출신이다. 전후반을 연임했다.

공 사장이 의장을 역임할 당시에는 의원 숫자도 많았지만 의회의 기능이 정도를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반대로 얘기하면 집행부가 의회 눈치를 너무 봤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견제가 됐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지방의회가 20년을 넘어서자 속으로 곪아가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방의회가 유급제가 되면서 지방의회의 역할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직업란에 의원이라고 쓰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순기능은 더 떨어진다는 가슴아픈 얘기도 들려온다.

그래서 오히려 명예직일때가 더 당당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학자 등을 중심으로 성년에 접어들면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할 지방의회가 오히려 반대로 간다며 우려를 표명하는 것고 그런 이유다.

대표적인 것이 집행부와 밀월관계 유지다. 밀실 담합도 이뤄진다. 행정사무감사는 형식에 그치고 질문은 사장된다. 의회의 고유기능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견제와 감시기능 상실의 사례로 지난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부의장에 그것도 1부의장에 무소속 의원이 당선되자 지역정가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지역정가 일각에서는 견제와 감시 기능이 실종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경북도의회가 수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일부 의원들은 전반기 의회가 집행부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무소속이지만 1부의장을 선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스스로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포항시의회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전반기 집행부 견제라는 고유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다. 각을 세운 것 같은데도 결과는 항상 의회가 집행부에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것. 최근 공식 행사장에서 빚어진 의원들의 집단 퇴장사태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그들은 행사장을 나와 시내 모처에서 다시 모여 통음을 했다. `타도 집행부`를 외치며 분개했지만 이후 행정사무감사와 시정질문 등은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그 사이 억눌렸던 부분이 해소됐음을 짐작만 할 뿐이다. 이칠구 의장을 비롯한 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의 각오가 남다르다. 무조건적인 각을 세우기보다는 적절한 견제와 감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반기를 반성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성년을 맞으면서 유급제가 됐지만 오히려 명예직일때보다 못하다는 지적은 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방의회가 환골탈태해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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