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돌리고 술대접… 돈봉투도 예사
특정지역 아닌 만연된 부패에 심각성

지방의회 의장 선거를 둘러싸고 돈거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듯 또다른 의혹이 곳곳에서 일면서 파장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있다. 그 후폭풍은 상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방의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의장단 선거의 돈거래뿐만 아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0년이 넘어서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견제와 감시라는 고유 기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지 오래됐다. 함량 부족을 지적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심찮게 비리에 연루돼 의원직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일부 집행부와 밀실담합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젯밥에만 관심을 쏟는 지방의원들이 많다는 의미다. 지방의회가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지방의회 긴급 진단

⑴돈선거 파문 빙산의 일각

⑵의장단 선거방식 개선돼야

⑶견제와 감시 기능 상실

⑷예산편성 내것부터 우선

⑸비례대표 나눠먹기식 전락

예천군의회 의장을 둘러싼 돈거래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그동안 루머로만 떠돌던 의장을 둘러싼 돈거래가 드러난 것이다. 지방의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곳곳에서 의원들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그 때 뿐이다. 일각에서는 예천군의회에 국한된 일이겠느냐며 한탄하기도 한다.

의장에 출마하려는 의원들은 평소 의원들과 유대관계를 갖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거나 상임위원회별로 견학에 나서면 일부 경비를 제공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평소에는 식사제공 등도 아끼지 않는다. 의원들의 개별적 모임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초선의원들의 모임에는 필히 참석한다. 초선의원들이 연찬회 등을 개최하면 일부 경비를 협조하기도 한다.

의장에 나서려면 동료 의원들에게 최소한 술대접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정설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음성적이다.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하는 의원도 있다. 고급 필기구에서부터 고가의 선물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일부 의원은 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어떤 후보는 직접 의원에게 돈을 건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천군의회는 결국 돈이 오고 갔다. 경쟁관계에 있던 의원이 의장을 양보하겠다며 1천만원을 요구해 주고 받았다는 것이다. 거래를 통해 매표를 한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것은 양보하겠다던 의원이 반대로 의장에 당선되면서다. 돈을 준 의원도 받은 의원도 사실로 확인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예천군의회는 지금 폭격을 맞은 듯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경산시의회 후반기의장단 선출도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의혹을 자초했다. 경산시의회는 지난 4일 149회 임시회를 열어 허개열 의원을 의장으로, 기숙란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방청객과 공무원을 모두 내보낸뒤 진행된 이날 선거에서는 사전정리가 된 듯 허개열 의장당선자는 15명 가운데 14표, 기숙란 부의장 당선자는 15표 득표로 1차 투표에서 선출됐다. 경산시의회 개원이래 최고 득표율이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반면 자기들만의 의장단 선거라는 새로운 기록도 작성하면서 의혹을 자초했다.

이보다 앞서 경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도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제보에 따라 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지난 3일 경북도선관위는 제9대 도의회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 선거에 출마한 일부 의원들이 금품을 제공했다는 제보를 받고 도의원 2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선관위는 일부 도의원들이 의원 친목단체와 상임위원회 등 행사 때 수십만원 가량의 찬조금 등을 전달했다는 제보가 있어 관련 도의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것이다.

그러나 경북도내 일부 기초의원들과 의회 관계자는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의장이 되려는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동료의원을 상대로 매표 행위에 나서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있다는 것. 과거에도 의장이 금품을 돌렸지만 수법은 갈수록 지능적이 되면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매표행위는 여전하다고 이들은 전한다. 지방의회 의원은 개별독립기관의 성격을 띤다. 의장도 1표고 의원도 1표라는 의미다. 의장은 단지 의회 의원을 대표할 뿐이다.

그런데 왜 의장에게 이렇게 목을 맬까. 일단 상징성이다. 모든 행사에 주민의 대의기관 대표로 의전상 대우를 받는다. 여기에다 의장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은 의장을 욕심내게 만드는 대목이다. 의장은 부속실을 통해 비서진을 갖추게 된다. 전용관용차도 제공된다. 판공비도 있다. 무엇보다 의장이 되면 관례적으로 인사권 등에 나름대로 실력행사를 할 수 있다. 의장이 갖는 덤이다. 일반적으로 예산 배정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 의장에 목을 매는 이유다.

/이준택기자 jt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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