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등을 보았다` 창비 펴냄, 김윤배 지음, 128쪽

1986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시집은 물론 산문집, 평론집, 동화집 등 장르를 넘나드는 왕성한 필력과 문학적 성취를 보여준 김윤배 시인의 열번째 시집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가 출간됐다. 5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시적 대상에 대한 순정한 마음을 담아낸 품격있는 시편들을 선보인다.

그의 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욕망이다. 시인은 내내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사랑의 애잔한 장면들을 담아내려는 욕망, 생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욕망, 가치있는 시와 언어에의 욕망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그의 욕망들은 특유의 활달한 이미지와 너른 시선과 결합해 자못 인상적인 시적 울림을 선사하는 기제가 된다.

“네게 영혼을 헌정한 후 혀를 깨물어 순결한 피를 삼키고, 한 손으로는 심장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름다운 목선을 어루만지며 내 푸른 뼈마디로 놓인 계단을 오르는 일생이었다 구름이 잉태하여 하늘을 낳고 바람이 잉태하여 나무를 낳고 욕망이 잉태하여 내 거룩한 성전을 낳았다”(`홀로페르네스의 마지막 성전`부분)

 

“가슴에서 나는 낙타 발소리가 텅 빈 몸 울린다/낙타의 보이지 않는 길이 사구(沙丘)를 넘는다//보이지 않는 길은/보이지 않아서 두려운 길이지만/보이지 않아서 두렵지 않은 길이다”(`가시떨기나무`부분)

시인의 시에는 여전히 날카로운 아름다움이 각인돼 있다. 언어와 이미지를 다루는 시인으로서 미(美)에 대한 지향이란 놓을 수 없는 끈이라 믿는 듯한 그의 시선은 자못 매혹적인 시편들을 가능케 한다.

“매혹도 독이었다 죽음처럼 황홀한 너는 꽃잎이 날개였다 산맥 넘을 때 달빛은 날개 아래 강물로 흘렀다 영혼의 기착지에서 황홀한 날개 접고 한 세기의 잠을 위해 날카로운 황금 조각들 목구멍 깊숙이 털어넣었을 것이지만//(…)//내 척박한 땅에 잠시 뿌리 내렸던 활련화, 저 황홀한 서러움//숨 멎는 줄 알았던 여름 한낮”(`여름 한낮`부분)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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