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에 동해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9일 파나마선적의 3만t급 대형화물선이 영일만항 북방파제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선에 적재된 벙커유 500여ℓ가 유출돼 영일만항 일대 연안의 갯바위와 백사장을 시커멓게 오염시켰다.

이 화물선의 선저 기름탱크에 1천여t 정도의 벙커유가 적재돼 있고 암초지역에 좌초되면서 탱크에 손상을 입어 추가 유출로 인한 대형 환경재앙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지역 방제전문업체 관계자는 “현재 유출량이 많지 않은데다 추가 유출 상황이 없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름 유출량의 많고 적고를 떠나 동해안 주민들은 오염사고가 난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다. 가깝게는 2007년 충남 태안반도 기름유출사고를 목격했고 지난 1988년 대보 앞바다에서 발생한 경신호 침몰사고로 인한 끔직한 오염현장을 직접 경험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생명체에 매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 온도 조절기능과 함께 육지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정능력이 있다. 자연의 콩팥과 같은 기능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하는 것이다. 또한 해양생물의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각종 수산물을 제공해주는 식량공급원 역할도 하고 있어 인류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해양을 오염시키는 원인물질은 각종 생활폐수와 공장폐수, 축산폐수 등 다양하게 있지만, 기름유출로 인한 오염은 단기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회복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기름 유출사고의 후유증은 최소한 5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기름이 해양생물체 엉겨붙으면 쉽게 제거되지 않고 생물체의 호흡작용을 막아 끝내 죽게 만든다. 살아남은 어패류는 생존을 위해 먼바다로 나가 버려 동해안 어민들의 주소득원인 연안어장의 황폐화를 가속시킨다. 기름이 엉겨붙은 갯바위에는 오랫동안 해초나 이끼가 돋아나지 않는다. 이처럼 기름유출은 해양생태계를 파괴시켜 엄청난 자연재앙을 몰고 오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가꾸고 보존해야 한다. 해양기름유출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와 같다고 할 것이다. 포항은 영일만항과 신항이 있어 대형 선박들의 입출항이 잦고 동해는 파도가 높고 바람이 많은 지형적 특성상 선박좌초로 인한 기름유출사고 가능성이 크다. 사고가 되풀이 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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