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창 다 빼고

빈 몸 허공에 내걸렸다

원망 따위는 없다

지독한 목마름은 먼 나라 얘기

먼지 뒤집어써도 그만

바람에 흔들려도 알 바 아니다

바짝 마르면 마를수록

맑은 울음 울 뿐

산사의 추녀 끝 풍경소리가 날리어 가는 쪽에 목어가 헤엄치고 있다. 속창을 다 빼고 빈 몸으로 허공을 향해 저어가고 있다. 지독한 목마름도 원망도 없이 어디론가 목어는 헤엄쳐가고 있다. 인생이란 어쩌면 절집의 한켠에서 어딘가로 헤엄쳐가는 목어와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를 비우고 또 비우고 차오르는 욕망과 집착을 벗어버리고 무욕의 정신 하나로 헤엄쳐가는 것이 우리의 한 생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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