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눈높이로 뜬

한 떼의 고추잠자리

그 중에

맴돌던 놈은

연밥 위에 앉아 쉬고

못 가본

저승 일보다

이승이 아득해 온다

군더더기를 떨쳐버린 깔끔한 작품이다. 시인은 잠시 포착된 한 떼의 고추잠자리를 통해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인 아득한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본다. 우리 살아가는 동안 어느 순간 문득 눈에 들어오는 사소한 사물 속에서 우리 이승에서의 모습들과 우리 가야할 저승의 길이 아득히 보일 때가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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