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 날

잎이 다 떨어지고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작고한 설악의 시인 이성선의 작품이다. 나무를 하늘의 악기라고 말하는 시인의 인식이 너무도 곱고 선하다. 어느 날 `모두 현이 된` 그 가지는 하늘 아래에서 울릴 것이다. 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소리들을 던져넣을 것이다. 우주 속의 사람 하나.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모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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