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이 열리면 소녀의 저주가 시작된다

공포영화인데 슬프다.

영화 `웨이크우드`는 `렛미인`으로 유명한 영국의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해머 필름`이 선보이는 새 작품이다.

`렛미인`이 독특한 매력으로 많은 마니아 관객층을 형성했듯 `웨이크우드` 역시 공포영화의 틀 안에 그린 가슴 아픈 사연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초겨울 관객들의 쓸쓸한 감성을 건드릴 것 같다.

수의사인 패트릭(에이단 길렌)과 약사인 루이스(에바 버시스틀) 부부는 사랑하는 딸 앨리스(엘라 코널리)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생일 아침 선물을 받고 행복해하며 집을 나선 앨리스가 패트릭의 동물병원에 들렀다가 난폭한 개에 물려 죽고 만다.

절망에 빠진 부부는 슬픔을 잊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웨이크우드`라는 이름의 마을로 이사를 한다.

그런데 패트릭을 수의사로 고용한 마을의 촌장 아서(티모시 스펄)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어느날 아서의 집에 간 루이스는 뒷마당에서 마을사람들의 기괴한 회합을 목격하고 며칠 뒤 촌장으로부터 엄청난 제안을 받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시체와 정령의 힘을 이용하면 죽은 사람을 3일간 살려낼 수 있다는 것.

딸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던 루이스와 패트릭은 이 제안에 마음이 흔들려 딸을 살려내는 의식을 치르고, 딸 앨리스는 실제로 이들 앞에 돌아온다.

가족은 한때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앨리스에게서는 이상한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이 한 사람씩 죽어나간다.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주인공 부부가 지닌 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굳이 자식을 가져 본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과 사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감정이다.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부부의 얼굴을 자주 비추면서 이들의 내면을 보여준다.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 되는 이들의 동기에 공감이 되면서 전체적인 극의 흐름에도 자연스럽게 몰입이 된다. 부부를 연기한 두 배우와 아역배우의 호연도 한몫 한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방식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면 다소 황당하긴 하지만,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한다는 촌장의 설명은 일면 설득력이 있다.

영화의 이야기와 배경이 되는 마을 전체의 기묘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면서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이런 마을이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 정도다.

/연합뉴스